636억 쏟아부은 ‘마을활력소’… 관리 부실에 혈세 낭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성동구 사근동 한 건물에 ‘사근동 마을활력소’와 ‘성동 주민스튜디오’ 간판이 모두 붙어있다.

- 박원순前시장때 6년간 조성…현장 찾아 운영실태 살펴보니

건물 외벽에는 ‘마을활력소’
실제론 주민스튜디오로 활용
운영주체 누군지도 확실치 않아

서울시 총 61곳중 41곳만 운영
일부 활력소는 프로그램 2건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주도로 시 곳곳에 만들어진 ‘마을활력소’가 소홀한 관리·감독 속에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년(2015~2020년) 동안 마을활력소 조성을 위해 약 636억 원의 시·자치구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혈세 낭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문화일보 5월 20일자 13면 참조)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 마을활력소’ 건물 외벽엔 ‘마을활력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성동 주민스튜디오’로 바뀌어 있었다. 내부는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와 편집실로 꾸며져 있었다. 성동 주민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성동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마을활력소에서 주민스튜디오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건물 외벽엔 ‘성동 주민스튜디오’ 간판도 달려 있었다.

이에 대해 성동구 관계자는 “마을활력소와 주민스튜디오 둘 다 운영하는 공간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을활력소 운영은 잠시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마을활력소 운영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으며 센터에선 주민스튜디오 운영만 맡고 있다”는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마을활력소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자치구에서 구현하기 위한 거점이다. 사단법인 마을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 교육, 컨설팅, 네트워크 구축 등을 맡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에 세워진 마을활력소는 총 61곳으로, 이 중 41곳만 운영 중이다. 자치구별로는 도봉구가 10곳으로 가장 많으며 종로구·용산구·서초구·강서구에는 마을활력소가 없다.

시가 연구용역을 통해 일부 마을활력소의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마을활력소 17곳 중 8곳은 운영 지침서 업데이트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한 곳은 운영 지침서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주민 만족도 조사를 하지 않은 곳은 절반 이상인 12곳이었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운영 성과 지표가 될 수 있는 연간 운영 프로그램 수는 마을활력소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동작구 보라매둥지 마을활력소는 375건이었지만, 구로구 다붓다붓 마을활력소는 단 2건에 그쳤다. 다붓다붓 마을활력소엔 건물 조성을 위한 시 예산만 4억2000만 원이 투입됐다. 구비로 투입되는 프로그램 지원 예산, 건물 유지비용까지 포함하면 투입 예산 규모는 더 커진다.

시의회는 ‘시 예산·재정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가 마을활력소 조성 지원 ‘건수’라는 양적 확대에 치중하면서 운영실태 등에 관한 관리는 전무했다”며 “마을활력소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