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물가상승 가볍게 보면 대재앙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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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6% 올랐다. 그동안 0%대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2월부터 1%대로 오르더니 4월에 2.3%를 찍고 5월에 더욱 올랐다. 이런 추세면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를 초과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물가 오름세는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 등이 주도한 것”이라며 낙관적 견해를 보였다고 한다.

아무리 홍 부총리가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해도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말했듯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풀었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이 생산과 소비 활동을 하지 않아 풀린 돈이 재화와 서비스에 사용되지 않음으로써 물가가 오르지 않아서다. 대신에 풀린 돈이 주식·코인·부동산·금 등의 자산 가격들을 폭등시켰고, 코로나가 잦아들고 백신 접종이 확산됨에 따라 생산과 소비 활동이 재개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들이 오르는 것이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월 1.7%, 3월 2.6%, 4월에 4.2%로 올랐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물가 역시 지난 2월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유엔 식량물가지수는 지난 5년 동안 30% 올랐고, 올해 초부터 4월 말까지 10% 상승했다. 블룸버그 상품지수 역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초부터 4월 말까지 15%나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광물·석유·천연가스 등 많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푼 결과가 서서히 지금 나타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생활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어려움 겪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실제 생활비용은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훨씬 빨리 오른다. 실제로 지난 5월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3.3%를 기록했다.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식품은 4.7%나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생활비를 올려 사람들의 생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미래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은 자신의 재화를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지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다. 그로 인해 재화가 과잉 생산되거나 과소 생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예상치 않게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진행되면 금리가 급등할 것이고, 주식시장이 급락하며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

대개의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푼다. 돈을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더 풀고,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일시적이라며, 물가가 급등하게 되면 기업들을 비난하면서 가격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홍 부총리의 견해는 이런 전형적인 정부의 행태로 보인다.

지금의 물가상승을 일시적이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출구전략을 잘 세워 그동안 풀었던 돈을 서서히 거둬들이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면서 계속 돈을 풀었다간 정말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