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주 “처음 본 파란색 진통제 먹어가며… 죽기 살기로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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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드나이트’ 주연 진기주

철거前 동네서 살인마와 추격전
촬영 없을땐 몸져누워 물리치료

“진통제 먹으며 죽기 살기로 달렸어요.” 30일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동시 공개되는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진기주(사진)는 이렇게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여성 경미(진기주)와 그를 쫓는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추격전은 실제 철거를 앞둔 도심 한복판에서 촬영됐다. 경사진 골목길을 뛰고 또 뛰었다는 진기주는 최근 나눈 온라인 인터뷰에서 “넘어지고 삐끗하는 일은 일상이었다”며 “제 몸의 능력치를 뛰어넘는 속도를 내려다보니 허벅지, 허리가 다 아프더라. 무술 감독님이 건네준 생전 처음 본 파란색 강력한 진통제를 먹고 죽기 살기로 달렸다”고 말했다.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결합된 ‘미드나이트’는 배우 김윤석·하정우 주연작인 ‘추격자’에 빗대 ‘리틀 추격자’라 불리기도 한다. 유독 추격 장면이 많아 배우와 스태프가 ‘연골을 갈아 만들었다’는 의미로 ‘연골 나이트’라는 별명도 붙었다. 진기주는 “촬영 전 ‘아육대’(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영상도 찾아봤다”며 “함께 촬영한 위하준의 속도감에 밀리지 않으려 초인적 힘을 발휘한 후 촬영이 없는 날이면 몸져누워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인 경미를 연기하기 위해 수화 학원에도 다닌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말을 하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경찰이 수화를 알아듣지 못해 눈앞에서 범인을 놓치는 장면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수화를 하시는 분이 있으면 자리를 뜨지 말고 조금만 더 집중해서 들어봐주길 바란다”고 운을 뗀 진기주는 “수화는 손동작만으로 완성되는 언어가 아니고, 눈동작과 표정 등이 모두 더해져서 완성되는 언어”라며 “손동작을 모른다고 ‘몰라’라고 생각하는 게 굉장히 안타까웠다. 표정과 뉘앙스만 봐도 어떤 주제를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진기주는 독특한 이력을 밟아 온 배우로 유명하다. 대기업 직원과 기자로 일하다가 20대 중반인 2014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나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다른 배우들보다 뒤처졌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는 진기주는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참 무모한 선택을 했지만, 지금은 그 선택을 한 나에게 감사하다”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쪽 일에 대해 ‘낯섦’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 그저 쉬지 않고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