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자치경찰 성공 관건은 주민의 감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구성되면서 1일부터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되고 있다. 경찰 사무를 국가·자치·수사로 나눠 국가경찰·자치경찰·국가수사본부가 각각 맡아서 처리하게 된 것이다.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에 즈음해 터진 불미스러운 일과 위원 인선을 둘러싼 자격 논란으로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정착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가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를 칼로 무 자르듯 하긴 어려워서 겪게 될 업무 혼선과 토착 세력과의 유착 우려가 그 원인이다. 비록 18개 시·도가 비슷하게 자치경찰제를 시행하지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갖춰진다면 치안 서비스도 분명 경쟁 체제에 돌입할 것이다.

일원적이고 획일화된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자치경찰은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수요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등 치안 거버넌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미 몇몇 자치경찰위원회에서는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인천시)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체계 구축(대전시) △고령자 교통사고 감소 및 노인학대 예방(전남) 등을 1호 시책으로 내놨다. 이처럼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알아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치안 수요를 발굴해 주리라는 방관자적 자세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지역 주민들이 경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 주민들과 밀접하게 접촉해서 그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야 하며, 지역주민들도 자치경찰이 더욱 안전하고 촘촘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경찰행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감시해야 한다.

자치경찰은 지역의 생활안전·교통·경비·수사 등의 사무를 관장하게 돼 있지만,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초래될 수 있는 업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업무 매뉴얼을 꼼꼼하게 만들어 담당자들이 체화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업무 떠넘기기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지휘·감독도 필요하다.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자치경찰 사무에 대해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고, 인사와 예산, 감사 등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인원 구성의 편향성, 성별 불균형, 자질 논란 등으로 과연 민주적 통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들이 있다. 시·도지사가 선출직 공무원이어서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가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경찰 인사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소지도 다분하다. 따라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스스로가 경찰 업무에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인사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철저히 지켜야만 그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팔린 TV 3대 가운데 1대 이상이 우리나라 제품이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제 세계 속의 대한민국 TV처럼 ‘치안 한류’를 기대해 본다. 18개 시·도 자치경찰이 깐깐한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치안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벤치마킹해 지역 맞춤형 자치경찰을 정착시키라는 말이다. 그것은 지역 주민은 물론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자치경찰을 지켜볼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