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세계 곳곳서 ‘재앙’>북미, 초대형 산불만 71건

美서부 5주새 4번째 폭염 예고
한달간 최고기온 585차례 경신
12개州서 산불로 4047㎢ 불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서부지역을 강타한 전례 없는 폭염이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이번 주말 이 지역에서 5주 새 네 번째 폭염이 예고되면서 이미 심각한 수준인 가뭄과 산불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저명 기상학자 매슈 카푸치는 15일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글에서 “로키산맥 중·북부를 중심으로 17일부터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이며, 다음 주 월요일쯤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2주 전부터 “10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폭염으로 미국 시애틀과 포틀랜드, 캐나다 리튼 등의 지역에서 전례 없는 고온 현상이 나타났고, 최소 1600만 명의 생활권에 영향을 줬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미 서부에서는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585차례나 깨졌다. 이번에도 로키산맥 상공에 형성된 ‘열돔’이 1주일 내내 머무르면서 이달 중순까지 미 북서부와 캐나다 남서부에 평년 대비 20~30도 높은 이상고온 현상을 초래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수온 상승과 이에 따른 수위 하강으로 새크라멘토강에 살고 있던 모든 치누크 연어들이 떼죽음을 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은 역대급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가뭄감시센터에 따르면 미 서부 지역의 64%가 ‘극심한(extreme)’ 또는 ‘예외적인(exceptional)’ 가뭄 상태에 놓여 있다. 당국이 가뭄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년 전 이래 최고치다. 폭염과 가뭄의 결합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화재 위험까지 배가시킬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12개 주에서 71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4047㎢를 태웠다. 특히 오리건주 중남부에서 발생한 일명 ‘부트레그 화재’는 9일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뉴욕시보다 큰 면적을 초토화했다.

이 화재의 진압률은 현재 7%에 그치며, 인근 주택 2000여 채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 지역 거주자인 팀 맥칼리는 AP통신에 “보안관이 ‘지금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우린 머리가 잘린 닭처럼 사방을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더 넓은 지역이 불에 탔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