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집에서 시작해 병원·감옥·우주마을까지… 육면체에 숨은 실내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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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내형 인간│에밀리 앤시스 지음│김승진 옮김│마티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친절한 공간.’ 책은 어떻게 하면 건축과 디자인이 이런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또 인간의 삶을 보다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공간은 무엇을 배려해야 하며,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사회를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건 다 우리가 하루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는 ‘실내형 인간’이기 때문인데,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된 문제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본인 스스로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실내형 인간’이다. 저자에 따르면, 매년 일본 영토만큼 실내 공간 면적이 지구 위에 새로 추가되고 있지만, 이 실내 세계, 그러니까 ‘육면체 공간’이 지닌 잠재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책은 이 세계가 품은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친절한 공간’을 향해 나아간다. 예컨대,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다. 19세기 영국 간호사 나이팅게일이 이미 파악했듯이, 병실 환경은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엄청난 역할을 한다. 환자 침대의 간격이 얼마인지, 창문이 몇 개나 나 있는지, 주변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고려한 ‘환자 중심적 의료’ 개념은 모두 ‘공간’ 구성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학교 디자인을 조금만 바꿔도 아이들이 건강해지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복도 바닥에 동물 발자국 흔적을 숨겨 놓아 걷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고, 체육관 벽을 유리로 만들어서 운동이 재미난 활동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식이다. 또 사무실 온도나 소음, 조명을 살짝만 조절해도 일터는 쾌적해지고, 관계는 친밀해진다. 이를 토대로 공간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온 기업 위워크, 컴피, 휴머나이즈 등과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책은 집이라는 가장 친밀한 공간에서 시작해 감옥, 병원과 같은 익숙한 듯 색다른 곳, 여기에 첨단 기술이 도입된 스마트홈, 물 위에 뜨는 집, 3D 프린터로 지은 우주 마을 같은 낯선 공간까지, 무궁무진한 ‘실내 과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며, 건축과 디자인의 힘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렇다고 ‘공간’이 만능 해결사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노동의 공간이 재설계된다고 해서, 과로와 임금 체불, 고용 형태와 계약 조건 등 근본적인 문제는 고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고령자 돌봄을 위한 스마트홈의 추적 기술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쓰일 위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424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