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병 가스창고 가둬 불붙여”…공군 왜 자꾸 이러나

4개월간 집단폭행·성추행도
軍인권센터 “2차 피해 계속”

공군 제18전투비행단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 1명을 가스창고에 감금한 후 폭행하는 등 수개월간 집단 폭행과 성추행 등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제보를 통해 강릉의 공군 제18전투비행단 공병대대 생활관·영내 등에서 병사 간 집단폭행, 가혹 행위, 성추행 피해 발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A 씨는 비행단에 신병으로 전입한 이후 약 4개월간 선임병들로부터 각종 가혹 행위를 당했다. 지난 4월 ‘무서운 이야기를 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두 달간 매일 다른 이야기를 준비해 들려줘야 했던 것이 가혹 행위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A 씨는 선임병들로부터 ‘식단표 암기 강요’를 받는가 하면 ‘딱밤 맞기 게임’을 빌미로 이마를 수시로 구타당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6월에는 일과시간이 끝난 뒤 부대 용접가스 보관창고에 갇힌 채 선임병들로부터 “네가 잘못한 게 많아서 갇히는 거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폭언을 들었다고 센터는 전했다. 선임병들은 가스가 보관된 창고 안으로 불을 붙인 박스 조각을 집어 던지거나 A 씨에게 창고 문 펜스 틈 사이로 자물쇠를 따서 나오라고 시키는 등의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7월까지 지속적으로 폭행, 성추행 등 가혹 행위를 당한 A 씨는 이후 해당 부대 군사경찰대대에 직접 신고했고,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 조사도 받았다.

하지만 군은 확인된 가해자들을 생활관만 분리한 뒤 타 부대로 파견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여전히 중대뿐 아니라 가장 하위 제대인 ‘반’ 소속마저 같은 상태라고 한다.

센터는 “부대 간부들이 영내에서 폭행, 가혹 행위 등이 발생하면 가해자들에 대한 경징계로 마무리하며 가해 병사들을 다시 부대로 복귀시키니 인권 침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2차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어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과 즉각 구속은 물론, 공병대대 대대장을 포함해 가해 행위 옹호, 묵인에 가담해 온 소속 간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한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