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선별도 전국민도 아닌 88% 지급…포퓰리즘에 명분·실리 모두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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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차 재난지원금 형평성 논란

재정건전성 위협 ‘가불 추경’ 비판

1인당 25만원… 추석전 받을듯
6월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선정
3인 맞벌이 30만8300원 이하
15억 집 있으면 지원금 못받아

선별 기준 모호해 곳곳서 갈등
재원 11조 국세수입으로 충당
학계 “소비 진작 효과 제한적”
지원기준 소득·자산 DB 시급

5차 재난지원금이 전(全) 국민의 88%(정확히는 87.7%)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절충된 결과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저(低)소득층과 피해 계층에게 선별(選別) 지급한다는 명분도 놓치고, 전 국민 지급을 통해 형평성 논란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보편(普遍) 지급의 이점도 잃어버린 최악의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 정책이 포퓰리즘에 휘둘린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재부가 처음부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피해 계층으로만 지급 대상을 좁혔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가급적 추석(9월 21일) 이전에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1. 5차 재난지원금, 출발점은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의 시작점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이 경기 진작용 지원금을 거론하자, 문 대통령이 “‘온 국민이 으？으？ 힘을 내자’는 차원에서 국민을 위로하고, 동시에 소비도 진작시키는 목적의 지원금을 강조했다”고 강민석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설명했다. 강 당시 대변인의 설명 이후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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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누가 받나

전 국민의 88%인 2034만 가구가 지원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은 건강보험료(건보료) 본인부담금 합산액이다. 기본적으로 외벌이의 경우 올해 6월분 건보료 합산액이 소득 하위 80% 이하면 지급 대상이 된다. 그런데 건보료 합산액이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르고, 직장 가입자인지 지역 가입자인지, 혼합인지에 따라 또 다르다. 기재부가 내놓은 외벌이용 ‘기본 선정기준표’를 보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가계의 건보료 합산액은 3인 기준 직장 가입자는 24만7000원, 지역가입자는 27만1400원, 혼합일 경우 25만2300원이다.


3. 1인·맞벌이, 왜 기준 다른가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보다 육아 비용 등 필수 지출 비용이 많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급 기준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1인 가구는 별도 기준을 정해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면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직장 가입자는 건보료 합산액이 14만3900원 이하면, 지역 가입자는 건보료 합산액이 13만6300원 이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원 수에 1명을 추가한 선정 기준표를 적용하기로 했다. 예컨대, 2인 맞벌이 가구는 3인 외벌이 가구와 동일한 건보료 합산액 이하를 내고 있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 가구 구성은 올해 6월 30일 기준, 가구별 주민등록표상 가구원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올해 6월 30일 이후 출생 등 불가피한 가구특성 변경 요인은 예외로 인정한다.


4. 고액자산가 지원 배제 논리는

가구 구성원의 2020년 재산세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 합계액이 9억 원을 초과하거나 가구 구성원의 2020년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재부는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부부 각각의 과표 합계 기준 9억 원을 적용한다”며 “재산세 과표 9억 원은 공시가격 15억 원, 시가 20억∼22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득은 이자와 배당을 모두 포함하는데, 예금 기준으로 살펴보면 금융소득 2000만 원은 약 13억 원의 예금(금리 연 1.5% 가정 시)을 보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와 별도로 저소득층에게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국민지원금 1인당 10만 원은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의 지급일 기준으로 기존 급여계좌로 오는 24일부터 지급된다.


5. 왜 작년처럼 전 국민에게 주지 않나

여당인 민주당은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정했으나, 기재부는 한정된 재원으로 고소득자를 지원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맞섰다. 결국 전 국민의 88%에게만 선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여전히 ‘12%는 왜 빼느냐’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기준이 이해가 안 된다’ 등 반발도 거세다. 선별 지급이라고는 하지만, 전 국민의 88%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선별 지급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했더라면 논란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체 가구의 88%에게 지급하면서 12%에게만 주지 않으니까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6. 언제, 얼마씩 받을 수 있나

기술적으로는 8월 하순쯤이면 정부가 지급 대상자 선별 작업 등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급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표심(票心)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늦어도 추석(9월 21일) 전에는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난지원금은 가구 구성원 1인당 25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와 동일하게 온·오프라인 신청을 통해 신용·체크카드나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수령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2002년 12월 31일 이전에 출생한 성인은 개인적으로 신청하면 되고, 미성년자의 경우 주민등록 가구주가 신청하면 된다.


7. 재정건전성 문제는 없나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별로 입지 않은 계층에게도 국민 세금을 나눠준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고, 올해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치) 적자가 126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은 11조 원(국비 8조6000억 원+지방비 2조4000억 원)이다. 재원 대부분은 올해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국세수입이다. 그런데 올해 국세수입이 얼마나 될지 현시점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재정 당국이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돈을 근거로 ‘가불(假拂) 추경’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8. 개선할 점은

정부 내에 국민에게 각종 지원금을 선별 지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까지 고려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득 및 자산에 대한 DB가 있어야 필요할 때 단시일 내에 선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에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면서 가구 구성원의 2020년 재산세 과표 합계액이 9억 원을 초과하거나 가구 구성원의 2020년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보다 적으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소득은 다소 많지만 자산이 거의 없는 A 가계는 재난지원금을 못 받고, 소득은 다소 적지만 자산이 많아 실제로는 A 가계보다 훨씬 부자인 B 가계는 재난지원금을 받는 불공평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30대와 40대 등에서 결혼 적령기를 놓쳤지만 근무 연한이 많아 주택 등 자산은 없는 상태에서 연 소득은 5000만 원을 넘는 1인 독신 혹은 비혼자 가구가 지원금을 받지 못해 불만이 매우 많다. 2인 이상 가계의 경우에도 주택 등 자산은 거의 없지만,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9. 다른 나라는 어떻게 지급하나

싱가포르의 경우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2019년 과세소득이 2만8000싱가포르달러 이하인 사람에게는 1200싱가포르달러, 과세소득 2만8000싱가포르달러 초과∼10만 싱가포르달러 이하인 사람에게는 900싱가포르달러, 과세소득이 10만 싱가포르달러 초과인 사람에게는 600싱가포르달러를 각각 나눠줬다. 소득 구간별 지원금에 차등을 두는 ‘슬라이딩 방식’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연 소득 7만5000달러(부부 합산 15만 달러) 이하 개인에게는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했고, 연 소득 7만5000달러 초과 시 초과소득 100달러당 지급액을 5달러씩 차감하는 방식으로 연 소득 9만9000달러(부부 합산 19만8000달러) 이상인 사람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싱가포르와 미국은 소득 수준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차등 지급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불평등보다 자산 불평등이 더 크기 때문에 소득과 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 6차 재난지원금 가능성은

문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이번까지 5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질 경우 또 다른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국민에게 나눠주고 쓰게 하면 소비 진작에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 다만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 14조3000억 원의 매출증대 효과는 26∼36%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5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은 전 국민이 아니라 전 국민의 88%이므로,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는 다소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난지원금을 통한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서 대체로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