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놈은 된다’던 전웅태, 한국 첫 근대5종 메달 꿈 이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올림픽] 메달 들어보이는 전웅태 (도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전웅태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8.7

중학교 때 시작한 근대5종으로 국제무대 호령…5년 전 리우 아쉬움 딛고 동메달

“메달을 따려고 출전했다. 나의 근대5종 인생에 남은 목표는 올림픽 메달 획득뿐이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근대5종의 간판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의 목표는 뚜렷했다. ‘대한민국 근대5종 사상 최초의 메달리스트’였다. 그는 그 꿈을 7일 도쿄 스타디움에서 이뤄냈다.

전웅태는 국내의 많은 근대5종 선수들처럼 원래는 수영을 했다. 수영에선 특출나지 못했는데, 서울체중에 진학한 뒤 근대5종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시작한 근대5종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그래픽]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 - 근대5종 전웅태 (서울=연합뉴스) 한국 근대5종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발자취를 남겼던 장소인 일본 도쿄에서 57년 만에 첫 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서울체고 2학년인 2012년 12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전웅태는 청소년 무대부터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린 2016년부터 한국의 대표 주자로 존재감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해 3월 리우에서 올림픽 리허설 격으로 열린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 한국 근대5종의 숙원인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길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에서 그는 첫 종목인 펜싱에서 부진해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육상과 사격이 결합한 마지막 종목 레이저 런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도 최종 순위에선 19위에 그쳤을 정도로 다른 종목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레이저 런에 특히 강점을 보여 온 그는 리우의 경험을 약으로 삼아 펜싱과 승마를 보완해 나가면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8년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4차 대회에서 준우승해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고, 월드컵 파이널에선 2위에 오르는 등 기량에 물이 올랐다.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시즌을 세계랭킹 1위로 마치며 그해 UIPM 시상식에선 연간 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아 한국 근대5종의 위상을 높였다.

2019년에도 기세는 이어져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사상 첫 메달 도전의 기회를 다시 잡았다.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년 미뤄지고 한동안 국제대회도 열리지 못했으나 흔들림 없이 기량을 갈고 닦은 전웅태는 올해 4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메달 후보임을 재확인했다.

이번 대회 들어 그는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리우보다는 나은 21승으로 9위로 출발했고, 수영과 승마를 거치며 점차 순위를 끌어 올리더니 4위로 시작한 레이저 런에서 한 계단 더 올라서며 한국 근대5종에 역사적인 첫 메달을 안겼다.

대회를 앞두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될 놈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제가 될 놈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만했던 그의 자신감이 스타디움에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3년 뒤에도 전웅태는 20대다. 근대5종에선 30대에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많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전웅태를 3년 뒤 파리, 그 이후에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