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에 한번 메일 교체… 파일명엔 ‘의료인문학·굿닥터’

北 연락·접선 ‘007 작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지역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활동가들이 북한과 연락하거나 외국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접선할 때 공안당국 추적을 따돌리고자 첩보영화 수준의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공안당국 수사에서 드러났다.

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지난 5월 활동가 4명(3명 구속)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다수의 북한 지령문과 수사를 통해 이 같은 정황을 파악했다. 북한의 대표적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옛 225국·암호명 ‘본사’)은 2017년 7월 “컴퓨터는 3년에 한 번, 무선 모뎀과 유심카드, 연락용 메일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교체하는 것이 원칙” 등의 내용이 담긴 지령을 하달했다.

실제 문화교류국은 2021년 1월 “현재 정상선으로 이용하는 메일 주소는 6개월이 지났으므로 2월 중 교체하고 새로 개설한 메일 주소를 본사에 알려달라”고 지령을 내렸다. 또 북한 당국은 정상선인 메일 외에도 예비선으로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하자고 제안했고, 남한 활동가와 휴대전화로 연락할 때는 문자로 ‘다온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자고 지령을 전했다. 메일로 주고받을 때의 암호문서 파일명도 눈에 띈다. 이들은 ‘의료인문학.docx, 굿닥터 베스트 클리닉.docx, 암환자 치료.docx, 증시전망75.docx, 정조아 채제공 그리고 정약용.docx’ 등과 같이 의심을 피할 수 있는 파일명을 주로 활용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공작금을 주고받을 때는 ‘무인함’을 활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들과 북한이 주고받은 지령문 및 보고문은 지난 5월 27일 활동가 4명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등이 이뤄질 때 A 씨의 거주지에서 확보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USB를 은박지로 싼 뒤 비닐봉투, 편지봉투, 서류봉투에 담아 4중 밀봉해 이불 속에 숨겨 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