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만류에도…윤희숙 “정치인 낮은 도덕성 국민이 용인 말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사퇴 만류했지만…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에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왼쪽) 국민의힘 의원을 이준석 대표가 만류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의원직 사퇴·대선 불출마

“지역구민에도 죄송한 마음뿐”
회견 마치고 울먹이는 모습도
동료 의원 “부동산 저격수로서
구설에 오른 것 못 견뎌했다”

25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음성은 미세하게 떨렸다. 수차례 목이 메었지만 끝까지 준비한 회견을 이어나갔다. 그는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국민의힘이 강건하고 단단한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길 응원하겠다”며 말을 마친 후 결국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윤 의원은 사퇴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이 높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보통 국민보다 못한 도덕성을 가진 정치인을 국민이 포기하고 용인하는 상황”이라며 “저는 여기서 꺾이지만 국민은 정치인의 도덕성 자질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갑 지역구민에 대해선 “죄송한 마음이 크다. 지역구민들께서 시간이 지나면 제가 우리 정치와 당에 얼마나 큰 충정을 가졌는지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직접 윤 의원 기자회견장을 찾아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및 대선 후보 중도 하차를 강하게 만류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의원 개인이 소유관계나 행위 주체가 되지 않았음에도 연좌의 형태로 이런 의혹 제기를 한 점은 매우 야만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도 전날 늦게까지 윤 의원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국회에 남아 이재명 경기지사의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윤 의원이 사퇴 의사를 끝내 꺾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선언으로 아직 탈당하지 않고 있는 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탈당 요구를 받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됐다. 윤 의원은 전날 권익위에 의해 부친의 농지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지적됐다. 권익위 조사 내용에 따르면, 윤 의원 부친은 2016년 세종시에 농지 1만871㎡를 취득한 뒤 농업경영을 하겠다며 영농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윤 의원 부친이 아닌 지역 다른 주민이 실경작자였고 부친은 실경작자로부터 매년 쌀 일곱 가마니를 받아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전날 화상 회의를 통해 윤 의원의 소명을 듣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윤 의원은 여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이름을 알렸다. 한 초선 의원은 “본인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공격수로 알려졌는데 누구 잘못이든 부동산 문제로 구설에 오른 자체를 본인이 못 견뎌 했다”고 전했다.

김윤희·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