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 덮으려…‘사전’ 이름붙여 민간 계획물량까지 끌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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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0만1000가구 사전청약 공급’ 발표

‘매매수요→대기수요’ 전환위해
결국 민영아파트까지 포함시켜

당첨되면 다른 청약 참여 제한
높은 추정분양가 등 논란 많아

정부가 민간시행 아파트 사전청약 확대로 공급량 부풀리기를 하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 돈이나 정부 땅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정부의 공급대책인 양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25일 올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민영·공공주택 등에서 총 10만1000가구를 추가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평가다.

현재의 집값 급등과 매매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지만 이를 마치 엄청난 공급대책으로 포장하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새롭게 공급이 이뤄지는 물량이 아닌 기존 물량을 ‘사전’이란 이름으로 앞당겨 시행하기 때문이다. 신규 공급물량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현시점의 입주물량은 최악인 상황에서 사전청약만 확대한다고 부동산 난국을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밝힌 사전청약 확대 대상은 수도권 신규 택지에서 공급되는 민영주택과 2·4대책 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주거재생혁신지구사업에서 나오는 공공주택 일반분양분의 85%다. 10만1000가구 정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수요자가 선호하는 민간 분양아파트 및 도심 핵심입지에 주인을 조기에 찾아주는 사전청약을 대폭 실시하게 됨으로써 시장수요 진정과 주택시장 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을 통해 ‘패닉바잉’ 상태인 매매수요를 대기수요로 돌리려는 정부의 의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공급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이번에 민간분양과 도심공공재개발 물량에도 사전청약을 확대 적용하며 “10만1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새롭게 나온 물량이 아니다. 이미 계획돼 있는 주택의 계약 시기만 ‘앞당기는’ 효과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정부의 계산에 따르면 이 경우 민간분양은 약 2년, 공공재개발(3080+) 물량은 약 1년 이상 청약 일정이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새 아파트가 빨리 공급될 예정이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렸다가 사전청약을 받으라는 의미다.

지나치게 지금의 공급량을 강조하며 사전청약의 의미를 부풀리는 데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입주 물량 부족은 현 정부 초기 부동산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수급 여건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이 조정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수도권 30만 가구, 8·4대책, 3080+ 대책 등 205만 가구 공급계획이 본격 추진되면서 향후 10년간 주택공급은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올해 수도권(18만6000가구) 및 내년 서울(3만6000가구) 아파트 입주물량이 일시 감소한다”고 말해 당장 입주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금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준공·입주물량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을 정부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번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서 추정 분양가가 매우 높게 나타난 점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게다가 향후 사전청약에 대해서는 당첨 시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당첨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한 해당 청약통장으로 다른 본청약 참여는 제한된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