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법 적용받는 문화재에서 자연유산 따로 떼내 관리 필요

국회서 잠자는 ‘자연유산법안’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국회 차원의 노력에는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천연기념물 등 자연유산의 기후변화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자연유산법안)이 진작에 발의됐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정쟁 법안에 밀려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자연유산법안은 1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심의되지 않았다. 발의 11개월여 만인 지난 6월 23일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소위 위원들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법안의 심의를 뒤로 미룬 채 회의를 끝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로 문체위가 ‘화약고’로 변한 상황이어서, 이 법안이 언제쯤 제대로 심의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와 국회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자연유산 관련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천연기념물 등 자연유산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유산법안이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기존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문화재에서 자연유산을 따로 떼내 관리·보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이 유형문화재 중심의 원형 유지 원칙과 각종 허가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자연유산을 체계적·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자연유산법안은 문화재청장에게 5년마다 자연유산 보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문화재청장 및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연유산의 현황·관리·활용 실태를 조사해 기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문화재청 산하에 국립자연유산원을 둬 자연유산의 보존·연구·전시 관련 사업을 하도록 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