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대형이슈 없고 정권교체론 ‘흐릿’…“이런 대선 없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8일 코로나19 특별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는 경기 수원 경기도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오른쪽 두 번째) 의원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와의 간담회에 앞서 의협 관계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 D-6개월 부동층 32% 역대최대

여야 전통적 지지층 신뢰 부족
경선 과정 네거티브 공방 기승
후보들 의혹에 유권자 불안감
부동산 문제 등 민생 현안에
설득력있는 대안 제시 못해

“젊은 유권자가 이번 대선에 대해 ‘에일리언 대(對) 프레데터’라는 영화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고 했다. ‘누가 이기든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는 것이다.”(금태섭 전 의원, 9월 8일 CBS 라디오)

20대 대통령 선거를 6개월 남겨두고 30%가 넘는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선(次善)’도 아니고 ‘차악(次惡)’ 대결이라는 냉소적인 말도 나온다. 도를 넘은 네거티브 공방, 강력한 대선 후보의 부재, 선거를 관통할 대형 이슈의 실종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흩트리고 부동층을 키워냈다.

여배우 스캔들, ‘쥴리’ 논란 등 이번 대선에선 유독 네거티브 공방이 기승을 부렸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노무현 탄핵’ ‘무료변론’ ‘백제 발언’ 등을 두고 사사건건 사생결단식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재직 당시 여권 정치인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으로도 여야 주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여야를 압도하는 대세론은커녕, 같은 정당 내에서도 대세론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도 부동층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2007년 이명박 대세론, 2012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지배했던 박근혜·문재인 대세론이 이번 대선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권 1등 주자이기는 하지만, 충성도 높은 전통적 여권 지지자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없지 않다”며 “여야 모두 지지층과 오랫동안 신뢰가 형성된 후보가 없는 독특한 대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관통할 대형 이슈가 없어 부동층이 더욱 커졌다고도 분석한다. ‘4대강’처럼 찬반이 확실히 갈리거나 ‘경제민주화’와 같이 시대 상황을 관통해 여야 후보들이 모두 선점 경쟁에 뛰어든 이슈가 부재하다. 여야 후보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치솟는 집값과 같은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 정부를 뛰어넘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국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주는 후보들이 뜨지만, 후보들이 강함과 함께 뚜렷한 능력이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여론도 상당해 ‘정권교체’ 프레임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12월 1주 조사를 기점으로 정권교체론은 줄곧 우세하기는 했으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내분에 휩싸여 대안정당으로서 역할을 못 했다는 방증이다. ‘정권교체론’은 재·보궐 선거 직후인 4월 3주 조사에서 55%까지 치솟았지만, 국민의힘이 경선 룰 등으로 내분을 겪으면서 9월 1주 조사에 49%까지 떨어졌다.

이후민·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