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온통 ‘빨간불’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한 교차로의 모든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신창섭 기자
■ 文 ‘신속·철저’ 지시에 수사 속도
유동규 구속종료 20일이 분수령
공소장에 ‘李 관여’ 담길지 관심
親정부 검찰의 어설픈 초기 대응
실무진만 기소 꼬리자르기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철저 수사’를 지시하자 검찰이 3시간여 만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하면서 검찰 수사의 기착지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흐를 경우, 대선 국면에서 핵폭탄급 파장이 몰아칠 수도 있다고 보고 ‘폭발물 처리반’(EOD) 작전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로 하는 등 정면 돌파를 선언해 검찰과 경찰이 세간의 최대 관심사인 이 지사와의 연결 고리를 파헤칠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에 검찰이 김 씨와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실무진만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정부 성향 검찰=여권 인사 부실 수사’의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의 구속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일이 이번 사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사업체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과정에서 이 지사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공소장에 담을지가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일단 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밝히자 곧이어 검찰과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검찰이 대통령 지시 후 소환조사를 마친 김 씨를 귀가시킨 당일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기민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에도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지금까지 검찰 수사과정을 보면 대장동 인물들의 개인적 비리 및 뇌물 범죄로 사건을 축소,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대장동 개발 비리는 드러난 증거로 봤을 때 이 지사가 몸통인 권력형 게이트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검찰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 끝이 어디인지를 찾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며 “자금 추적보다 진술을 쫓는 듯한 모습도 엿보여 이번 수사가 잘 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 지사의 민간업체에 대한 특혜 개입이나 로비 관련 진술이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의 이 같은 관측의 배경에는 주요 요직에 친(親)정권 인사들로 채워진 검찰의 어설픈 압수수색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검찰이 아닌 경찰이 확보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비판이 커졌다. 이에 검찰은 “당시 휴대전화 수색을 위해 모든 CCTV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 기소 시점 이전의 변수도 있다. 오는 18일과 20일로 예정된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이 지사를 상대로 야당이 새로운 의혹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