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대로 철거냐 이례적 허가냐… ‘장릉 주변 아파트’ 운명 쥔 문화재청

이르면 이달 합동분과위원회
행위허가신청 표결 부칠 가능성

입주자 입장과 강경원칙 사이
전문가 내에서도 의견 팽팽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위원장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는 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 건축 논란과 관련, 건설사들이 개선안을 제출함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합동분과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재위는 통상적으로 위원들의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장릉 주변 아파트 조성을 위한 행위허가 신청 사항에 대한 심의는 궁능문화재분과와 세계유산분과 합동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위원들 간 일정을 조율 중인데, 가급적 이달 안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회의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위는 국가지정문화재 지정·해제, 보호구역 지정·해제, 현상변경 등 문화재 관련 사항을 9개 분과위 가운데 소관 분과위에 배당해 심의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복수의 분과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합동 심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8월 12일 장릉 인근 아파트 건설사들에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도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합동분과위를 거쳤다.

합동분과위가 열리면 위원들의 심의를 거쳐 행위허가 신청에 대해 결정한다. 결정은 가결·부결·보류 등 3가지로, 가결될 경우 아파트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다. 반면 부결될 경우 이미 최고층 골조공사까지 마친 건물을 일부 허물어야 할 수도 있다. 보류 결정은 추가 검토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 내려진다.

대방건설·금성백조·대광건영 등 3개 건설사가 문화재위에 제출한 개선안은 아파트 외장 도색과 지붕 등을 문화재에 어울리게 조성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으나, 층수를 줄이는 식의 물리적 변경안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파트 입주 차질로 빚어질 국민 편의 침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경우 ‘제2, 제3의 장릉 아파트’가 나올 수 있는 데다 자칫 조선 왕릉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합동분과위에서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화재위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열리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궁능문화재분과는 분과위원장인 박경립 강원대 명예교수를 포함한 16명, 세계유산분과는 강현숙 분과위원장(동국대 교수) 등 10명으로 각각 구성돼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