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메뉴판 표기·설치를”… 전통시장 행진한 꿈나무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경기 군포시 관모초 상담실에서 일반 아동과 이주배경 아동들이 미술 활동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군포시 매화사회복지관 ‘동그라미 세상, 행복한 우리’

관내 인구중 외국인 4.1% 차지
이주배경 아동도 1018명 달해

다국어 인사·다문화 이해하기
관모초 학생 6명 시장통 캠페인

미술치유 예술 동아리 만들고
아동권리 교육 ‘다가치 교실’도

“다문화(이주배경) 가정의 아동들과 더 친해지려면 출신 국가의 문화를 잘 이해해줘야 해요.” “어른들도 아동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잘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15일 경기 군포시 ‘산본전통시장’ 안이 모처럼 어린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찼다. 지역 내 관모초 4학년 학생 6명이 중국 다문화 거리가 형성된 근처 시장에서 상인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감수성 향상과 이주배경 아동 돌봄 안전망 구축 등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그라미 세상, 행복한 우리’ 시장통 캠페인에 참여했던 것.

이날 6명의 학생은 방과 후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에게 아동권리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보인 뒤 산본전통시장까지 행진하면서 기획했던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시장 내 다국어 메뉴판 표기·설치, 시장 상인 대상의 다국어 인사말 교육, 상인회 문화센터 내 다문화 이해교육 개설 촉구, 다문화 인식 개선 독려활동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캠페인에 함께 참여한 김경임(여·52) 관모초 상담교사는 “아이들이 아동권리 및 다문화 인식 캠페인 활동에 처음 참여하는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각자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참 대견하다”며 흐뭇해했다.

최근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군포시 일대에서 올 한 해 동안 진행되는 ‘동그라미 세상, 행복한 우리’ 캠페인이 이주배경 아동들의 자아 존중감 형성과 지역 내 긍정적인 다문화 인식 개선 등의 효과를 톡톡히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7일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군포시 매화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군포시는 공업단지와 밀접하고 소규모 공장이 많아 인근 지역에 비해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크게 높은 편이다. 실제 전체 인구의 4.1%가 외국인 주민이고, 이주배경 아동 수도 1018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관모초의 경우 다른 학교들에 비해 이주배경 아동 비율이 월등히 높지만, 여건상 이중언어 교사 채용에 대한 어려움과 특화 학습 지원 등의 부족으로 이주배경 아동들이 학교생활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아동 방치 문제가 심각한 실정인 것도 파악됐다. 돌봄센터나 지역아동센터 등의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문화 가정 내 부모와 자녀 관계가 악화하는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관모초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매화종합사회복지관과 협업해 올 한 해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과 지원사업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업무 협약식을 시작으로 미술로 아동들의 감정표현을 유도하고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예술 동아리 활동, 아동권리 인식 향상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아동권리·세계시민 교육, 다문화 이해교육 및 문화체험활동 과정으로 구성된 다가치 가족교실 등을 차례로 실시했다. 이달 시장통 캠페인을 완료한 것을 비롯해 남은 기간에는 교사·학부모 다문화 이해교육, 다문화 부모 양육법 지도,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슬기로운 한국생활 다국어 안내책자 제작 등의 활동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까지 사업평가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활동이 일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일반 아동들과 지역 주민들이 대체로 다문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문화를 수용하고 함께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배경 아동들의 자존감과 사회성을 높이고, 이들 부모에게는 심리적·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사업을 지원하는 이선화(여·35) 매화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는 “이주배경 아동들과 일반 아동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아동들이 건강한 양육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기획·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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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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