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무사고’ 택시기사 5m 음주운전… 법원 “기회 주겠다”

택시면허 박탈 취소 소송 승소
“생계 영향 커… 공동체 포용 필요”

“법의 일률성(엄격하고 동일한 적용)에 의존하기보다 기회를 주는 것이 ‘법의 지혜’입니다.”

법원이 음주 후 대리운전을 부르기 위해 GPS가 원활한 곳으로 5m가량 운전했다는 이유로 ‘30년 무사고’ 경력의 택시 운전기사에게 내려진 면허 박탈 처분을 취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택시 기사 A 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30년 무사고 택시 운전기사로, 지난해 4월 근무가 없는 날 술을 마신 뒤 인적이 드문 산기슭의 한 주차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려다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콜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GPS 위치 수신을 원활히 하기 위해 주차장으로부터 입구까지 5m가량 운전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05%로 면허가 취소됐고, 검찰은 교통사고 전력이 없고 2016년부터 600시간의 자원봉사를 한 점 등을 고려해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기소를 유예했다. A 씨는 그해 8월 다시 운전면허를 취득했는데 12월 서울시는 택시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공동체의 포용’이 필요하다며 개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법의 역할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한순간 실수는 공동체가 포용하고 관용할 여지가 커 공익 침해 여지는 매우 희박하지만 이 처분으로 원고는 생계 수단을 박탈당하게 돼 한 사람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며 “재량규정을 통해 법에 눈물과 온기를 불어넣은 이유는 법의 일률성으로 눈물을 흘리게 될 누군가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있게 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한 번의 기회는 공동체의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니 이것이 바로 ‘법의 지혜’라고 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라고 설명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