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VR 동극(童劇)’극본 쓰고 연기… “차별의 아픔 저절로 치유돼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대구 달서구 신당동 성서종합사회복지관 3층 강당에서 아동들이 가상현실(VR) 키트(카드보드)를 활용해 다문화 교육과 관련된 VR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대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 ‘우리들의 가상한 꿈’

이주 - 비이주배경 초등학생 15명
연극 선생님과 VR 콘텐츠 만들어
학부모·친구들 함께 온라인 시청

“VR, 현장·몰입감 높아 교육 효과
다문화 인식개선 확산에 큰 도움”

“친구들과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놀림과 차별을 당할 때는 정말 속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이주배경 친구들이 겪은 아픔,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토대로 연극 선생님과 같이 시나리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연극에 직접 참여해 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조금 이해하게 되고, 저 자신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히 학교생활에 임할 수 있습니다.” - 대구 달서구 신당동 A초등학교 5학년, 정○찬 학생

대구 달서구 신당동 지역은 대구시에서 이주배경 초등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다른 지역에 살던 이주배경 아동들이 다문화적 환경을 공유하기 위해 일부러 신당동 내 초등학교로 전학 올 정도다.

그렇다고 마냥 우호적인 분위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 곳곳에서 인종차별과 혐오범죄가 극성이다. 한국 사회도 관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90여 명이 서울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배제, 방역 과정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등에 대해 크게 항의한 것에서 짐작하듯 우리 사회도 코로나19와 맞물려 인종차별과 지역혐오, 종교 간 갈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아동·청소년들에게도 혐오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고, 이주배경 아동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차별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신당동에 위치해 이주배경 아동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성서종합사회복지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재단에서 지원하는 차별 없는 이주배경 아동 돌봄환경개선 프로젝트를 통한 ‘우리들의 가상한 꿈’ 사업을 운영 중이다.

관련 사업은 이주배경 아동과 비이주배경 아동 초등학생 15명을 대상으로 가상현실(VR)교육과 아동권리교육 등을 진행하고 VR 동극 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대구 달서구 신당동 성서종합사회복지관 앞 놀이터에서 한 아동이 동물 복장을 하고, 가상현실(VR) 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왜 VR를 선택했을까. 성서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VR 콘텐츠는 보는 것, 듣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것’에 가깝다”면서 “VR 콘텐츠는 일반적인 콘텐츠에 비해 더 높은 몰입감과 현장감을 주며, 이로 인해 느끼는 인식의 변화와 만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VR를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즉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이 현실 세계에 직접 놓여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가상의 환경이나 상황을 구성하는 VR 기술을 활용하면 이주배경 아동들이 다양한 ‘차별’ 요소에 대해 더 실감 나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관련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VR 동극 영상 제작에 직접 참여한 경험은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선 시나리오는 이주배경 아동과 비이주배경 아동들이 직접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쌓았다. 참여 과정에서 비이주배경 아동은 이주배경 아동의 문화, 언어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됐다. 글로벌 시민의식을 함양하게 된 것이다.

VR 동극 영상 제작 과정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참여 아동들은 직접 연기에 나섰다. 비주배경 아동은 또래 집단의 지지와 소통의 경험을 쌓아가며 자긍심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다.

완성된 연극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짐에 따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참여 아동 학부모, 친구들 외에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어 다문화 인식개선 확산에 기여할 수 있었다.

성서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참여 아동들이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 시기가 제일 더운 7월에서 8월쯤이었는데, 폭염에도 아동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아동들이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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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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