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된 룰 어기면서도 투쟁하는 삶 응원한다” 李, 또 발언 논란

“선넘는 투쟁, 각자 시비 판단”

언론보도 향한 불만도 쏟아내
“미래보다 이익이 우선인 집단”

“활동가들 격려메시지…범법행위 옹호발언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청소년·청년 기후 활동가와 만나 이들이 위법성 있는 행동을 한 사연을 듣고 “공동체에서 협의된 룰을 일부 어기면서 이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조차도 그럴 수 있다”며 “그런 식의 삶도 응원한다. 나도 그랬으니까”라고 말했다. 맥락상 활동가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기후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빅웨브 등의 활동가 및 대학생 간담회에서 “투쟁의 양식에서 고통을 많이 겪어서 답답한 것 같은데 사회 중요 과제에 대해 나도 전과자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참석자가 ‘석탄발전소를 짓는 두산중공업을 찾아 녹색 스프레이를 칠하는 행동을 했고 민·형사 제소를 당해 2300만 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때 도로에 뛰어들기도 했다’ 등의 경험을 밝히자 나온 답변이다. 그는 “범법을 하는 때도 있다. 범법자로 몰릴 때도 있다”면서 “투쟁의 양식이 선을 넘을 때 아마 도로교통법에 걸렸겠지,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양이원영 의원은 “조심하라고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범법 행위를 옹호하고자 했던 발언은 아니다”라며 “전체 맥락으로 보면 활동가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실제로 “다음 세대는 선배 세대가 남긴 쓰레기, 정말 험악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데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공감을 표했다.

한편 민주당과 이 후보는 연일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자 그 원인을 언론에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시지 관리를 핑계로 기자들의 비공식 질문(백브리핑)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이 후보가 불리한 보도엔 ‘가짜뉴스’ ‘적폐언론’ 등 강한 어조로 공격하면서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부산에서 “언론 환경이 매우 나쁘다. 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간다”고 비판했고, 14일 경남 거창군에서도 “저는 어디 가서 말실수 하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만한 거로 이만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가 있어도 ‘노코멘트, 나 몰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선 SNS상에서 ‘#나는대한민국언론이다’ 해시태그 운동을 펼치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 후보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나쁜 언론 환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여러분이 작은 실천을 여러 곳에서 하면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한 부분만 따서 맥락을 읽지 않고 한 부분들도 있는 것이지 않나”라며 “그것을 국민의 정치 참여로 바꿔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이게 언론 탓에 방점이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지사 시절 각종 매체를 통해 치적 홍보에 매진했던 이 후보가 지지율 답보 상태가 지속하자 ‘언론 때리기’로 지지층 결집과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이 후보가 최근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 운전이 더 위험하다” “오피스 누나? 확 끄는데요” 등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스스로 했다는 점에서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