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숨진 아동중 절반이 돌도 안된 젖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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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동학대 예방의 날… 곳곳에 방치된 ‘제2 정인이’

친부 폭행 생후 29일만에 떠나
양부 학대 두살배기 여아는 뇌사
전문가 “전담 공무원 인력 확충
위기가정 관리·부모 교육 시급”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발생 이후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방위로 제기됐지만, 가정폭력으로 숨진 ‘제2의 정인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인 19일 지역사회에서 위험 가정을 밀착 관리하는 동시에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회초리 문화’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아동학대범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각급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이날 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숨진 A 양은 친모와 계부로부터 신체·정서적 학대를 상습적으로 당했다. 부부는 A 양에게 음식이나 물을 주지 않았고,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대변을 먹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세 B 양은 부모 이혼 후 친모의 방임 끝에 이모 부부에게 맡겨졌고, ‘물고문’이 연상되는 학대로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C 양은 태어난 지 29일 만에 지난 1월 친부의 폭행으로 숨졌다. 두 살배기 D 양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부부에게 입양된 후 양부의 폭행으로 지난 7월 뇌사 상태가 됐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43명이다. 이 중 만 1세 미만이 46%, 만 1세가 16.3%를 차지해 사망 아동 중 영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아의 경우 발달 특성상 학대에 더 취약한 상황에서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서 가정폭력 의심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빈곤하거나 양육 스트레스가 많은 가정에서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사회 모니터링을 통해 저·중·고위험 가구에 대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아동위원’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정을 방문한다”며 “위기 가정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아동의 안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훈육이 필요할 경우 회초리 같은 물리적 수단이 아니라 행동을 돌아보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동학대 예방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박사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제도가 생겼고, 학대예방경찰관(APO)도 있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서 적절한 휴가 제공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