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이민자 모셔라… 국경없는 영입戰

■ 코로나發 ‘大퇴직 시대’… 입국장벽 낮춰 숙련공 확보 총력

獨, 6개월간 방문·구직 허용
加, 2년간 120만명에 영주권
濠, 이민자 2배로 늘릴 계획

팬데믹 장기화 속 노동력 가뭄
‘국외인재’로 눈돌려 해소 나서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퇴직(Great Resignation)’ 시대를 맞아 유례없는 인력난에 직면한 선진국들이 젊고 유능한 이민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본격 경쟁을 시작했다. 독일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은 이민자의 입국장벽을 낮추고, 비자 발급요건을 완화하는 등 대대적 이민정책 개선에 착수했다. 그동안 이민에 적대적이었던 일본도 성인 기저귀가 아기 기저귀보다 많이 팔릴 정도의 고령화에 코로나19에 따른 인력난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이민정책의 대폭 변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만 2년이 되면서 유럽·오세아니아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젊고 숙련기술을 가진 이민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 먼저 독일은 취업비자 처리기한을 단축하고 6개월 동안 방문·구직을 허용하는 새 이민법을 시행하고 나섰다. 독일이 이민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극심한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 320만 명, 이후 15년이 지나면 500만 명의 노동자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독일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을 선호하면서 도제식 직업교육을 통해 숙련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 제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홀거 보닌 독일노동경제연구소(IZA) 조사국장은 “코로나19로 (직업교육) 시스템이 붕괴했다. 독일 통일 후 가장 적은 수의 견습생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년 연속 출산율이 감소한 캐나다 역시 2023년까지 120만 명의 새 이민자들에게 영주권을 발행키로 하고 거주를 위한 언어 요건을 완화했다. 특히 인력부족이 두드러진 보건 분야 종사자를 위해 영주권 2만 개를 배정하기도 했다. 인력난으로 주요 광산업체들이 수익전망치를 축소하는 등 광산, 병원, 식당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일손 부족이 심각한 호주는 내년 이민자 숫자를 대략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뉴질랜드도 최근 16만5000명에 달하는 임시 비자 소지자들에게 일회성으로 영구 비자를 발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민자에게 가장 엄격한 국가로 알려졌던 일본 역시 지난주 한 정부 관계자가 5년 비자를 가진 노동자들에 대해 무기한 체류를 허용하고 그들의 가족을 데려오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중남미·중동발 난민 대응을 고심하는 가운데 선진국들이 이민정책 개선에 나선 것은 코로나19가 각국의 인구통계학적 불균형 현상을 뚜렷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300만 명이 조기 은퇴한 미국에서는 인력난이 제조원가 및 물가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미 상공회의소가 더 많은 취업비자·영주권을 허용하도록 이민제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크리스토프 뒤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이주연구소장은 NYT에 “코로나19로 변화가 가속됐다. 각국은 이민과 이민자들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