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잠자는 ‘근현대문화유산法’… 또 자동 폐기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된 황해당인판사. 문화재청 제공

50년미만 가치있는 유산보호 취지
6월 공청회후 법안 심의 지지부진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때 신었던 스케이트를 문화재로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제작·건설·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가치 있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근현대문화유산 보호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까닭이다.

문화재청과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전·관리 및 활용법(근현대문화유산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으나, 국회는 이번에도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근현대문화유산법 제정안은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해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다. 지난 6월에는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이후 법안 심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자칫 19대 국회(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와 20대 국회(강훈식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때처럼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폐기되는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보존 가치가 있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국가지정문화재와 국가등록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와 시도등록문화재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제도는 대체로 100년이 넘은 유산을 ‘엄격한 원형 보존’ 원칙에 따라 보호하는 수단이다. 국가등록문화재 제도는 50년 넘은 유산에 대해 ‘완화된 보호’ 원칙을 적용한다. 숭례문 같은 국보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옛 서울역사는 내부 정비를 거쳐 문화역서울284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그 차이를 잘 보여준다.

근현대문화유산법이 만들어질 경우 50년이 채 안 된 현대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예비문화재 제도’, 유산 훼손 전 긴급 보호 조치를 위한 ‘임시등록 제도’ 등이 도입된다. 이들 유산을 주변 지역과 어울리게 종합 관리하기 위한 ‘근현대문화유산지구’ 지정도 가능해진다.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30일 “유럽 국가들에선 지은 지 30년, 즉 한 세대가 넘은 건물을 철거할 때 지방자치단체나 지역공동체에서 회의를 거친다”며 “근현대문화유산법은 우리 앞 세대가 만들어 놓은 유산을 다음 세대도 향유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