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의 유혹… 불법 온라인 도박사범 66%가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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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본 검거 3104명 분석

20대가 33.6% 가장 많아
베팅액 2만원 → 2000만원
쉽게 접근해 순식간에 중독
경찰, 이재명 장남 입건 검토

A(24) 씨는 2년 전 ‘사다리’라는 온라인 불법도박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근했지만, 이내 ‘도박 중독’의 굴레에 갇혔다. 게임당 2만 원씩 내걸었던 베팅 금액은 순식간에 400만 원까지 불어났다. 그는 지난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운영하는 ‘도박문제 넷라인’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A 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이용해 자금을 충당하다 보니 어느덧 빚이 1400만 원이 됐다”며 “월급으로 상환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온라인 불법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장남 동호(29) 씨의 ‘불법도박’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동호 씨와 같은 2030 청년세대의 상습 불법도박 중독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당 판돈도 ‘위험 수위’를 훌쩍 넘긴 수천만 원에 달해 당국의 관리 및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검거한 불법 온라인 도박 사범 3104명(구속 171명) 중 2030세대 비중이 66.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대가 33.6%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2.8%로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불법 스포츠도박이 62.4%로 가장 많았고, 직업별로는 무직자 비중이 26.0%로 가장 높았다. 황선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부장은 “투기 열풍과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이 맞물려 스마트 기기에 능숙한 MZ세대의 불법도박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임당 베팅 금액도 수천만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취재진이 한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속해본 결과, 해당 사이트는 회원 등급별로 500만 원(일반)부터 2000만 원(골드)까지 베팅 한도를 차등 적용하고 있었다. 동호 씨가 “500만 원을 잃었다”고 밝힌 ‘파워볼’과 ‘홀짝 맞추기’ ‘카지노’ 등 베팅이 가능한 게임 종류도 다양했다. 해당 사이트는 포털에 특정 검색어만 입력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입금액의 25%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등 신규 가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한편 경찰은 동호 씨의 불법도박 혐의와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해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호 씨는 2019∼2020년 상습적으로 불법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강용석 변호사는 전날 동호 씨를 상습도박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강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이 씨의 과거 인터넷 글과 관련 기사를 증거로 제출하고 “상습 불법도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특히 장차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자와 관련된 범죄이기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입건 및 배당이 진행될 것”이라며 “혐의 적용 부분은 향후 실제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훈·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