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승부수에도 ‘대표 리스크’ 여전… 당내선 ‘사퇴론’ 확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李 향한 눈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尹, 이준석 관계설정 어떻게

李대표 “사퇴 고려한바 없다”
“다들 내게 뒤집어씌울 고민만”
초·재선에 중진도 ‘李 책임론’
선거전 대표사퇴 악영향 우려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매머드’ 선거대책위원회 해체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결별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대선 승부수를 던졌지만,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승리에 당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대표 리스크’를 조기에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윤 후보와 확실하게 동행할 건지, 아니면 당 대표직을 사퇴할 건지 향후 행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도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분란’의 소지를 남겼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진 사퇴는)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역 의원 전원이 당직을 내려놓으며 대표직 사퇴를 압박하는 데 대해 “당직은 제가 임명하는 것이고, 당 대표의 거취는 당 대표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당을 위해 그렇게 판단하는 분이 있다면 존중하고, 결원은 채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초선·중진 의원 모임에서 대표 사퇴 촉구가 결의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결의권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오늘도 다들 앉아서 어떻게 이준석에게 뒤집어씌울지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초·재선 의원뿐 아니라 중진들까지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이 대표가 참석하는 연석회의에서 이 대표 사퇴 요구가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 의원들도 이날 오전 국회에 모여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가 윤 후보 기자회견 이후로 연기했다.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으로 활동했던 김경진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언동은 선거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소가 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최고위원들이 60% 이상 사임하면 당 대표가 포함된 최고위가 의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식물 당 대표로 갈 수 있지 않으냐는 분석 기사를 봤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더군다나 지금은 대선전이기 때문에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해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리한 수단으로 어떻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