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4층 사방 감싼 우레탄폼, 불쏘시개 역할한 듯

냉동창고 공사장… 가연물 많아
가벽 무너지면서 탈출 늦어진 듯

평택=박성훈 기자

소방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는 무리한 야간작업과 가연성이 크고 연소 시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우레탄 소재의 벽 마감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불이 난 건조물 안전진단을 거쳐 이르면 오는 10일쯤 현장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사고를 조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5일 발생한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냉동창고 공사장 내 불이 난 원인을 수사하기 위해 강력범죄수사대와 과학수사대, 강력계, 평택경찰서 형사과 등 40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화재 원인과 작업 중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이번 사고 전반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불이 최초 발생한 지난 5일 밤 공사장 1층에선 노동자 4명이 콘크리트가 굳기 전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가 급속도로 진행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1층부터 4층까지 우레탄폼이 벽면과 천장의 마감재로 쓰인 점이 지목되고 있다. 냉동창고의 특성상 단열 기능이 우수한 우레탄폼으로 사방을 감쌌는데, 우레탄폼은 급속도로 연소하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성질이 있어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불이 난 장소에는 스프링클러가 아직 설치 중이어서 자동 진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방관들의 현장 수색을 위해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에 우레탄폼에 남은 불씨에 산소가 공급되면서 불길이 다시 치솟았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공사장 안에 있던 LPG 연료통과 산소통 등 용접장비들이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길이 치솟는 과정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창고 내에 설치돼 있던 유리섬유 소재의 가벽이 무너지면서 인명수색을 위해 투입됐다가 고립된 송탄소방서 구조3팀 소방관들의 조속한 탈출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재 당시 작업하던 근로자와 건축주, 시공사를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살펴보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순직한 송탄소방서 구조3팀 소속 이형석(50) 소방경과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 등 3명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합동 감식은 최초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 건물 1층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