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값 아파트’ 시세차익 일부 인정 가닥

전매 제한 기간 끝난 후
주택 팔때 가격 상승분 혜택
해외 사례 등 참고 개선안 추진
인정 비율 설정은 아직 논의중

서울시가 반값 아파트 수분양자에게 일정 수준의 주택 가격 상승분이 돌아가도록 문을 여는 제도 개선안을 추진 중이다. 실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서울에서 공급되는 ‘오세훈표’ 반값 아파트의 수분양자는 해당 주택을 팔 때 일정 수준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택 가격 상승분의 어느 정도를 수분양자 몫으로 돌릴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28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양측은 반값 아파트 수분양자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고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난 후 해당 주택을 팔 때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구체적인 정책 모델을 검토 중이다. 반값 아파트가 수요자의 선택을 받아야 당초 정책 목표인 서민 주거 안정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반값 아파트는 SH 등 시행사가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주택을 말한다. 아파트 원가에서 토지 가격이 제외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다만 매달 별도로 토지 임차료를 내야 해 반전세와 다르지 않고, 수분양자는 해당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팔 수 있는데 이때 애초 분양 가격에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 정도만 더 받을 수 있다. 수분양자는 사실상 주택 가격 상승분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수분양자에게 돌아가는 시세차익 수준은 보다 신중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혜택을 본 것인데 여기에 주택 가격 상승분까지 얹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값 아파트는 이미 ‘로또 분양’ 논란이 한차례 일어 정부가 주택법을 개정해 수분양자가 시세차익을 볼 수 없도록 지금의 구조를 만들었다. 2011년, 2012년 각각 공급된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은 전용 84㎡ 분양가가 2억 원대 초반(토지임대료 30만~40만 원대)이었는데 전매 제한이 끝난 후 매매가가 8억 원대로 오르며 수분양자가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둔 바 있다. 서울시로선 반값 아파트 활성화와 부작용 최소화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 결과도 개선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반값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걸어 중앙 정부 차원의 제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분양자 몫의 시세차익에 대해 이 후보의 ‘기본주택’은 지금의 운영 방식을 전제했고, 윤 후보의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 가구가 해당 주택을 공공에 팔 때 주택 가격 상승분의 최대 70%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