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아무도 내 몸에 손 못대게… 전략 통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대헌이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빙판에 무릎을 꿇은 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대헌 쇼트트랙 1500m서
압도적 경기력 ‘당당한 金’

“내 생애 가장 뜨거웠던 경기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치킨·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베이징 = 정세영 기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대헌이 9일 간이 시상식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메달 수여식은 10일 한국시간으로 오후 8시 40분 메달플라자에서 열린다. 뉴시스

황대헌(강원도청)이 마침내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황대헌은 9일 밤 중국 베이징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 09초 22로 가장 먼저 골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황대헌은 “아무도 제 몸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준비한 전략이 통했다”면서 “제가 치렀던 경기 중 가장 뜨거운 것 같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황대헌은 지난 7일 열린 1000m 준결승에서 중국선수 2명을 단숨에 추월하고 1위로 골인했지만, 뒤늦은 레인변경으로 중국선수들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어이없는 판정으로 실격됐다. 중국에 유리한 편파판정에 전 세계에서 비난이 쇄도했다. “1000ｍ에서 한 수 배웠고, 더 깔끔하게 레이스를 펼치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1000m에서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됐던 황대헌은 1500m에선 준준결승과 준결승, 결승까지 모두 1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특히 결승에선 9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나선 뒤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실격, 편파판정이 끼어들 여지를 아예 차단했다. 황대헌은 “1500ｍ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너무 기뻐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면서 “아쉬운 판정이 있었지만, 제가 노력했던 것을 모두 보여드리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리라 생각했고 저 자신을 믿고 경기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1000m에서 편파판정 덕분에 우승한 중국의 런쯔웨이는 이날 준결승 3조 경기에서 실격됐다. 런쯔웨이는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박장혁(스포츠토토)이 인코스를 노려 자신을 제치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박장혁이 반칙을 했다는 할리우드 액션. 그러나 심판은 비디오판독을 거쳐 박장혁의 추월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런쯔웨이는 레이스 도중 다른 선수를 팔로 막아 실격됐다. 황대헌은 “런쯔웨이가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편파판정은 큰 부담이었다. 황대헌은 “저도 사람이기에 안 괜찮았다”면서 “‘괜찮다, 괜찮다’하면 괜찮아질 것이고, 또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황대헌은 5세이던 해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고 안양의 안일초, 부림중을 거치며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부흥고 재학 중이던 2016년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2016∼2017시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000ｍ에서 1분 20초 875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황대헌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00m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1500ｍ 결승과 1000m 준준결승에선 넘어져 실격됐다. 황대헌은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 운동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면서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두 번의 아픔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마인드가 달라졌고 1000ｍ 뒤에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간이 시상식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계속 확인했다. 황대헌은 축하 메시지가 많이 왔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너무 많이 받아서 읽을 수가 없더라. 오늘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하루다. 선수촌에 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숙소에 가면 동료들, 코치님들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선수촌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치킨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내가 치킨을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대답해 폭소를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