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뿔난 쇼트트랙… 헝가리와 ‘공동대응’ 의기투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기흥(왼쪽)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9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헝가리체육회 관계자들과 만나 편파판정 대응 공조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체육회 제공

한·헝가리 체육회 수장 회동
“판정 시정·재발 방지” 공감대
다른 나라와도 적극공조 추진

헝가리, IOC에 강력하게 항의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껴져”

베이징=정세영 기자

한국과 헝가리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의 편파판정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11일 오전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만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헝가리선수단과 편파판정을 바로잡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면서 “다른 국가와도 적극적으로 공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쇼트트랙에선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판정이 잇따랐고 한국과 헝가리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어이없는 판정으로 실격됐고 한국의 실격으로 인해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선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가장 먼저 골인했으나, 페널티를 받아 역시 실격됐고 2위로 들어온 중국의 런쯔웨이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둘은 결승선을 앞에 두고 서로를 팔로 잡아 제지했지만, 심판진은 런쯔웨이의 반칙은 인정하지 않았다.

9일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헝가리체육회 회장, 사무총장과 만나 앞으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함께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헝가리선수단은 “한국이 처한 상황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고 이 회장은 “앞으로, 쇼트트랙 일정이 끝날 때까지 함께 주시하자”고 화답했다.

한국선수단은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000m 준결승의 편파판정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IOC 위원인 이 회장은 9일 얀 디케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및 대회국장·경기국장과 30분간 온라인 화상회의를 갖고 판정의 부당함을 따졌다. 이 회장은 “잘못된 판정으로 ISU의 명예가 훼손되고 실추될 수 있고, ISU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헝가리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헝가리는 IOC에 “올림픽 원칙에 위배 되는 편향된 판단을 거부하고 IOC 지도자들에게 공정한 판단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1000m 경기 재검토, 당시 심판에 대한 윤리 조사를 요청했다. 헝가리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매니저 아코스 반히디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껴진다”면서 “끔찍하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선 페널티가 난무하고 있다. 9일까지 실격 판정은 31차례나 나왔다.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전체 페널티 27개를 벌써 넘겼다. 10일 하루 쉰 쇼트트랙은 11일 재개돼 16일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한국과 헝가리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잠시 주춤한 상태다. 7일 하루 17개였던 페널티는 9일엔 8개로 확 줄었다. 한국과 헝가리는 9일 페널티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남자대표팀의 박장혁(스포츠토토)은 “그런 제스처(적극적인 항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페널티 없이 9일 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선수단 관계자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억울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게 도움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