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파문’ 발리예바 중계 침묵… “스포츠인으로 정말 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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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출신 지상파 해설위원들, 여자 피겨 해설 보이콧

KBS 곽민정·SBS 이호정 위원
“정정당당하게 싸운 다른 선수들
노력은 뭐가 되고 왜 피해 입나
올림픽 추구 공정 정신 어긋나”

MBC는 간단한 기술 설명만 해

베이징=정세영 기자

“하고 싶은 말이 없네요.”

15일 밤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중계방송. 도핑스캔들의 장본인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빙판 위로 등장하자 국내 지상파 3사의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확인된 발리예바에게 보내는 항의.

16세인 발리예바는 총점 82.16으로 30명의 출전자 중 1위에 올랐다. 그런데 발리예바는 지난 7일 열린 단체전 이후 도핑 논란에 휩싸였고, 금지약물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선수권대회 당시 채취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성분이 검출됐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지만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여자싱글 출전을 허용했지만, 발리예바에겐 따가운 시선이 몰리고 있다. 게다가 발리예바가 CAS 청문회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심장약을 복용하는 할아버지와 같은 잔을 써 협심증 치료제가 체내에 잘못 들어갔다”고 변명한 사실마저 드러났다. 발리예바는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위에 올라 우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입상하면 시상식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발리예바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발리예바의 출전이 올림픽이 추구하는 공정, 공평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곽민정 KBS 해설위원,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해설 보이콧’으로 발리예바 출전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두 해설위원은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위원은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난 뒤 주요 장면이 재생될 때 점프 등에 대해서만 ‘기술적으로’ 간략히 설명했다. MBC 중계진도 발리예바의 기술에 대해서만 간단히 해설했다.

곽 위원은 “가장 화나는 건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한 선수에게 어떤 멘트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정정당당하게 싸워왔던 선수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건가. 스포츠를 사랑하고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정말 화가 난다. 수많은 언론, 우리도 이 선수를 천재 소녀라고 했었는데 약물 복용으로 천재가 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해진 MBC 해설위원은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난 뒤에야 “생기지 말아야 할 선례가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면서 “선수 본인도 자신이 만든 도핑이란 감옥 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곽 위원은 ‘침묵해설’ 이유에 대해 “(발리예바 연기) 중계는 하고 싶지 않았고,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면서 “결코 좋게 바라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