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지하철역 2분거리… 英 다우닝가 10번지, 트래펄가 광장서 500m

■ What - 주요 국가 정상 집무실은…

주요 국가의 정상 집무실은 대부분 청와대보다는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조선 시대 왕이 머물던 궁궐 뒤편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청와대만큼 위압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1800년 지어진 미국 백악관은 가운데 관저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집무 공간인 웨스트윙 그리고 각종 사교실이 있는 이스트윙으로 나뉜다. 웨스트윙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기준으로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대통령과 참모진은 서로의 방을 오가며 주요 현안에 대해 격의 없는 토론을 한다. 백악관은 워싱턴DC 시내에 위치해 세 개 노선의 환승역인 맥퍼슨 스퀘어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2분만 걸어오면 백악관 북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 부처의 주요 건물은 물론 국회의사당, 워싱턴기념탑, 링컨기념관과도 멀지 않다. 백악관 담벼락까지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단,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장소는 대통령 및 주요 참모진의 동선과 완전히 분리돼 있다.

영국의 총리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는 건물 주소 자체가 총리실을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됐다. 건물 맨 위층인 3층에는 총리 관저가 있고 2층에는 국무회의장이 있다. 1층에서는 비서실장이 근무한다. 바로 옆 건물인 11번지에는 재무장관의 집무실 겸 관저가 있고, 두 건물은 서로 연결돼 있다. 9번지에는 집권당의 원내대표 집무실이 있다. 다우닝 10번가는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는 300m,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500m가량 떨어져 있다.

프랑스의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각 수석 보좌진들의 사무실이 한 공간에 배치돼 있다. 2011년 완공된 독일 총리 관저는 8층 건물로, 5∼8층에 총리 집무실과 비서실장을 포함한 참모들의 사무 공간, 회의장 등이 들어서 있다. 일본 역시 총리 관저에 관방장관, 관방부장관, 비서관실을 함께 배치했고, 주변에 재무성, 외무성 등 각 부처가 밀집해 있다. 의회까지도 걸어서 5분 거리다. 대부분의 정상 집무실은 도시의 상징과 가까운 거리의 시내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의회나 정부 부처와도 가까워 업무의 효율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모양새다.

단, 다른 국가의 경우 광화문처럼 고층 빌딩 사이에 집무실이 자리잡은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탁 트인 평지에 주변 건물이 없는 곳에 위치해 경호에는 용이한 측면이 있다.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의 지위를 갖는 우리나라 대통령만큼의 역할과 권한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집무실 여건과 상황을 등치시킬 수는 없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