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명박 사면에 ‘김경수 끼워넣기’는 법치 농단 발상

대통령 사면권은 행정부 수반이 법원의 판결 효력을 변경시킨다는 점에서 법치주의와 3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사법 단죄의 효용을 넘어서는 국가적 필요성과 국민 동의 등의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5대 대선 직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은 첫 수평적 정권 교체 정부에서 모든 국민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용서와 화해의 선언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경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키로 한 것도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국민 통합 필요성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이 거론된다. 그러나 김 전 지사 사면은 명분이 전혀 없다. 명백한 사면권의 남용이자 법치 농단이 된다.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댓글 조작을 지시해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집권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사면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 상대 진영의 반발로 갈등을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김 전 지사를 사면하는 것은 개인적 은혜를 갚기 위한 명백한 사면권의 사적 남용이다. 더구나 현 정부 하에서 검찰과 법원은 수사와 재판을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지연시켜 김 전 지사가 임기를 거의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불공정과 법치 훼손이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다.

원인 제공자인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한 국민 동의도 기대하기 어렵다. 만약 김 전 지사 측의 요구나 여당의 주장으로 끼워넣기 사면을 검토했다면 문 대통령은 즉각 접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 식구 챙기기’와 ‘내로남불’로 임기를 마무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민주당 역시 6월 지방선거에서도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