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추경·북핵·인사 논의…‘순조로운 정권이양’ 물꼬 틀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화기애애했던 3년 전… 오늘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오른쪽)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함께 환담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 靑서 만찬… 갈등 해소 촉각

尹, 코로나 50兆 추경 최우선시
부정적인 기재부 설득 요청할듯

北 ICBM도발 안보현안 나누고
MB사면 문제 등 거론 가능성
감사원·선관위 인사권도 쟁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만남이 대통령 선거 후 19일 만에 성사된 것은 권력교체기 신구 권력 간 갈등을 계속 방치한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자며 전격적으로 만남에 합의한 양측의 28일 청와대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양측의 갈등이 한 차례 만남으로 모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흉금을 터놓고 정권 인수인계 협조와 협치 의지를 얼마나 밝힐지에 따라 이날 만남의 의미가 달라질 전망이다.

◇文, 尹의 코로나19 추경안, 수용할까=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브리핑에서 “산적한 민생현안이 많지만, 특히 국민께 약속드린 코로나19 손해 배상은 청와대의 거국적 협조와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제기된 다양한 회동 의제 중 콕 집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손실배상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 요청을 언급한 것은 민생을 챙기는 당선인의 의지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공감하고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도 2차 추경 편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협치’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도 깔려 있다.

다만 이미 올해 한 차례 추경안을 처리한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차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게 변수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해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정부와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당선인 공약대로) 50조 원 추경을 발행한다면 다른 방법은 없고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며 “이 문제는 대통령과 당선인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MB 사면과 대북 정책도 논의될 듯=윤 당선인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의제는 특별히 없고, 민생이나 안보 현황 같은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배석자를 최소화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한 만큼 그간 제기된 다양한 의제가 모두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당선인 측은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인 사면권을 두고 윤 당선인 측에서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게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안보 위협과 관련한 세밀한 얘기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허심탄회한 만남에 답있다”=정치 원로들은 여야를 떠나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 스스럼없이 대화하면 못 풀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역대 가장 늦은 만남으로 이미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만큼, 원활한 인수인계와 안정적인 권력교체를 통해 국민 통합의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과거 두 차례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만남 그 자체, 대화의 시작 자체가 중요하다”며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의제에 매달리지 말고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안보와 민생에 대한 이야기는 꼭 나눠야 한다”며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고민도 많이 한 사람은 대통령인 만큼 거기에 대해 해법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때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처럼만 하면 된다”며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인사권을 사실상 이 전 대통령에게 내주는 등, 인계 잘해주겠다, 잘 인수해 가시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현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서 어떤 딜을 하거나 이런 게 아니지 않냐”며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눈높이에서,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