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文件 보존 요청을 정치 보복으로 모는 文정권 저의

정부가 바뀔 때 업무의 빈틈없는 인수·인계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핵심은 문건(文件)이다. 정책의 검토·결정·집행을 포함한 정부의 모든 업무는 공식 문건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9일 청와대를 제외한 각 부처에 ‘전자·종이 문서와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파기하거나 업무용 컴퓨터를 함부로 교체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낸 것은 당연한 조치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 위법·탈법 행정의 증거를 은폐·폐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한 일이다. 정상 국가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문건 파기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다른 공무원이 없는 일요일 밤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2시간에 걸쳐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자료를 삭제했다. 감사원과 검찰이 복구한 문건만 540여 건에 달한다. 4대강 보 철거 강행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왜곡, 태양광 사업 추진 관련 특혜 의혹 등 핵심 정책과 관련된 문제도 수두룩하다. 주택·일자리 등 정부 주요 통계 왜곡도 수차례 문제가 됐다. 감사원이 ‘정부 주택 관련 통계’와 ‘국가 통계 시스템’ 특감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인수위의 요청에 대해 ‘공직자 길들이기 위한 공포정치용’ ‘없는 죄 만드는 정치 보복’ 등으로 몰기까지 했다. 증거인멸 방조·공모라는 불신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문 정부도 집권 일주일 만에 유사한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전형적 내로남불이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 검찰, 경찰의 보안감찰 책임자를 소집해 종이문서 및 전자문서에 대한 무단파쇄나 유출, 삭제를 금지한다고 지시했다. 또 넘겨받은 자료가 지극히 부실하다며 내부 문서 파기 의혹에 대해 경위 파악에까지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