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 물량 안나왔는데…아파트 전세 신고가 잇따라

보라매 84㎡ 13억에 계약 등
길음서도 7억7500만원 계약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신고가 거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오는 7월 말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의 적용 계약 갱신 만료 매물이 나오기 전이지만 전세 시장은 벌써 술렁이는 분위기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보라매 SK뷰 전용면적 84㎡는 지난 2일 13억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거래(6억1950만 원)보다 배가량 높은 역대 최고가다. 같은 면적의 성북구 길음뉴타운3단지푸르지오도 이달 초 신고가인 7억7500만 원에 새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구로구 온수힐스테이트 84㎡ 전세 매물도 지난 6일 8억5000만 원에 최고가로 거래됐다. 강남구 타워팰리스(137㎡, 27억 원), 서초구 신반포자이(84㎡, 19억 원) 등 고가 전세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신고가는 동작구(이수힐스테이트 84㎡, 9억3000만 원), 노원구(상계동양메이저 84㎡, 7억4000만 원), 광진구(자양2차현대 84㎡, 8억5000만 원) 등 서울 전방위에서 나오고 있다. 인근 중개업 관계자들은 “임대차 3법 이후로 전세 물량이 줄어 ‘거래 절벽’ 상태가 여전하지만 봄을 맞아 이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고가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세 대출 시장이 풀린 것도 전세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오는 7월 말 임대차 3법 계약 갱신 만료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전세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계약 갱신과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고려해 신규 전세의 호가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임대차 3법의 폐지·축소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로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2만520가구, 부동산R114)도 지난해보다 35.7% 감소해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통계로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하락세는 주춤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하락 폭은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0.03%에서 넷째 주 -0.02%로 줄어든 이후 2주 연속 유지되고 있다. 성동구는 이번 주(4일 기준) 상승세(0.01%)로 돌아섰다.

매매 심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89.1)보다 높은 90.7을 기록하며 5주 연속 상승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