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도발 ‘상응 대가 원칙’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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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미국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가 지난 11일 울산 동쪽 공해상에 진입했다. 미 항공모함의 동해 진입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잇따르던 2017년 11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F-35C 스텔스기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이지스 구축함 등을 거느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핵 추진 항모의 진입은 한반도 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돌아온 미 전략자산의 전개는 한미동맹의 복원과 함께 그만큼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심축(linchpin)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던 지난 5년간의 한미동맹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카드로 인해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들어 북한은 ICBM을 비롯한 12차례의 미사일 도발로 모라토리엄 유예를 파기하고 ‘레드라인’을 확실하게 넘어섰다. 이어 최후 마지노선을 돌파하는 7차 핵실험 카드가 가시화되면서 한반도 안보는 5년 만에 위기로 치닫고 있다.

연초 당 중앙위에서 김정은이 성대한 경축행사를 지시한 김일성 생일 110주년인 이른바 ‘태양절’(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25일) 등은 도발이 본격화되는 서막이다. 북한의 군사 도발은 장애물이 사라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은 더 이상 채택되지 않는다. 도발의 족쇄가 풀린 셈이다.

핵 추진 항모의 동해 진입은 ICBM 발사를 통해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다. 북한이 주장하는 ‘강 대 강’ 원칙은 미국에도 존재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며 북한에 오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만 북한이 이를 무시할 경우 안보 상황은 차원이 달라진다. 상응하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는 양상은 이제 종전의 북핵 위기 해결 구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예고한다. 미·북 양자 및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 등 다양한 외교 협상 채널과 정상회담이 가동됐으나 평양의 핵무장을 막는 데 실패했다. 핵을 포기하면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이 북한에 제시됐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애초 경제적 지원 받자고 평양이 핵을 개발한 것이 아닌 만큼 접근 방법은 과녁을 정확하게 겨냥하지 못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은과 2차례나 세기의 정상회담을 했으나 비핵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한·미 양국 모두 북한 비핵화에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마법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역시 지난 30년간 심화돼 온 핵 개발을 억지하고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위기 대응은 민족 공조가 아닌 한·미 공조에서 출발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2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초고속 정상회담을 한다. 오는 5월 24일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는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가닥을 잡았다. 한미동맹의 복원을 통해 북핵 위기에 대응하는 장치를 구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배우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