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살려면 일· 공부· 취미생활· 봉사활동 꾸준히 해야”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부활절 특강

“인생은 60세 이후가 황금기
사회인으로 새 출발하는 시기

작은 사랑 나눠주고 베풀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수 있어
기독교 교인들이 해야 할 일

北·中·러엔 정의·자유가 없어
인생 가치 잃는 게 바로 지옥”

글·사진 = 박현수 기자

“인생은 60세 이후부터가 황금기입니다. 늙지 않고 젊게 살려면 일과 공부, 취미생활과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격동의 한 세기를 살아온 우리 역사의 산증인인 김형석(103·사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부활절을 맞아 지난 15일 서울 정동제일교회 주최 특강에서 ‘인생 3단계’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해 눈길을 끌었다. 30세까지는 교육을 받는 시기이고, 60세까지는 직장에서 일하는 때이며, 60세 이후는 사회인으로 새 출발을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교회는 큰 교회를 만들고 신도 수 늘리기보다 세상을 밝히는 일꾼 배출에 더 힘써야 한다”며 부활절을 계기로 교회도 개인도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라의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는 일, 진실과 정의를 꽃 피우는 일 등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 너무 크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작은 사랑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베풀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서 부활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희망이 있고 국민이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회와 기독교 교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정직과 진실, 정의와 자유가 없다면서 “국가가 잘못되면 인생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가치를 상실하는 게 바로 지옥”이라고 했다.

그는 중학생 때 부친이 자신에게 들려준 말을 회상하면서 “나와 내 가정만 생각하며 살면 고만큼만 클 수밖에 없고, 직장과 사회만 생각하며 살면 그만한 인간이 되며,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며 살면 그만큼 크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원대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도 길을 잃지 않았던 것은 민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도산 안창호 선생 영향이 컸다.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1년간 학교를 자퇴했던 17세 때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던 도산이 건강이 악화해 고향으로 내려와 평안남도 대동에 있는 교회에서 행한 강연을 가장 감명 깊게 들었다고 했다. “도산은 나라 사랑과 인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자신의 안위를 넘어 민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의 크기가 존경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 건강이 나빴고, 지독한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도 갈 수 없는 ‘버림받은 소년’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는 20세를 넘기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모친이 소망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저에게 건강을 주시고 오래 살게 해주시면 나를 위한 삶보다 하나님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에서 특강을 한 차례 하고 바로 정동제일교회로 이동해 특강을 70분간 진행하는 등 강행군을 했다. 지팡이는 이용하지 않았고 이동 시 부축을 받았으나 나이에 비해 무척 건강해 보였다. 건강 비결을 물었더니 아침 6시쯤 일어나 가벼운 아침 운동 후 우유에 호박죽, 달걀 반숙에 샐러드, 그리고 토스트나 찐 감자로 아침 식사를 한다고 했다. 점심과 저녁식사는 생선과 고기 위주로 소식한다고 전했다. 주변에 100세까지 산 사람 7명이 있는데 공통점은 첫째, 욕심이 없고 둘째, 남 험담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강이 끝나고 연희동 자택으로 가는 승용차에 동석해 인터뷰가 이어졌다. 동석한 김 교수의 측근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인사드리러 김 교수를 찾아뵙겠다고 요청했으나 “엄중한 시기에 국가와 국민이 먼저”라며 정중히 사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