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권 박탈 되면 정인이 비극 못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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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소견 임현택 소아과 회장

“警, 3차례 학대의심 신고에도
양부모 말만 듣고 무혐의 처리
檢, 췌장 절단된 부분 포착해
사건 파헤치는 노력 놀라웠다”

검찰이 ‘정인이 사건’ 관련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데 있어 핵심 근거가 된 의견서를 작성한 의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통과되면 ‘제2의 정인이 사건’ 비극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경찰이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검찰이 밝혀내 기소한 정인이 사건은 검찰 수사권이 없었다면 억울한 죽음을 밝히지 못하고 묻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현택(사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1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인이 사건은 양모의 잘못뿐만 아니라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비극”이라며 “수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소홀하게 대처했던 경찰이 계속해서 수사했다면, 덮기에만 급급했을 거고 설령 제대로 했더라도 그 수사 결과를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이 지난해 1월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한 전문가 의견서는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데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임 회장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등을 할 수 없도록 한 검수완박에 대해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은 학대 신고에도 불구하고 양모의 말만 믿고 무혐의 처분했다”며 “(검수완박 시) 경찰에서 잘못하거나 부실 수사한 사건도 다시 경찰이 수사해야 하는 꼴이 돼 그 피해는 힘없고 선량한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전문의로 아동학대 관련 사건을 많이 접해본 입장에선 검수완박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라고도 우려했다. 임 회장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강한 의지와 전문성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기억했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 2020년 10월 13일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살인 사건으로,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한 당시 8개월의 정인이를 양부모가 장기간 학대해 16개월이 됐을 때 죽음에 이르게 된 의혹이다. 방송 등을 통해 경찰의 부실수사 등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임 회장은 검찰이 정인이 양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 검토 과정에서 정인 양의 손상된 장기인 ‘췌장’에 초점을 맞춰, 고의성을 입증하려 한 것에 대해 “놀랐다”고 했다. 실제 재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비롯해 부검의 등을 통해 검찰이 파고든 췌장 절단은 정인이 양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는 데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정인이 양모는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수완박 법안에 따르면 검사는 구속 기간 10일 내 추가 수사 없이 경찰이 보낸 기록만으로 사건을 판단하도록 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앞으로 정인이 사건처럼 아동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전문가 감정과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추가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