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덮친 ‘체감물가 5.7%↑’… 전기요금·건보료도 오를듯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오르지 않은 게 없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매대에서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김호웅 기자

■ 모든 분야서 폭등한 ‘4월 물가’

근원물가 상승률도 3.6% 기록
앞으로도 물가 더 오를 가능성

탈원전·文케어 부담까지 가중
현정부 재정남발 정책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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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3일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2022년 4월)은 현재 우리나라 물가 상승추세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이후 최악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재 소비자물가가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물가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물가가 뛰면 고(高)소득층보다는 중산·서민층의 고통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폭등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4월 물가는 오르지 않은 영역을 찾기 어려울 만큼 모든 분야에서 폭등했다. 특히 석유류 등 공업제품(2.70%포인트)과 개인 서비스(1.40%포인트)의 물가상승률 기여도가 4.10%포인트로, 전체 물가상승률의 85.8%에 달했다. 상품 물가를 보면, 석유류(34.4%)와 가공식품(7.2%)을 비롯한 공업제품이 7.8% 올랐다. 석유류는 휘발유(28.5%), 경유(42.4%), 자동차용 LPG(29.3%)가 일제히 오르면서 전월에 이어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서비스물가는 개인 서비스가 4.5%, 공공서비스가 0.7%, 집세가 2.0% 각각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3.2% 상승했다. 특히 개인서비스 중에서 외식 물가는 6.6% 올라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4월(7.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움직이는 바닥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3.6% 올랐다. 2011년 12월(3.6%) 이후 가장 높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도 5.7% 오르면서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다는 것은 앞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만둬도 오를 수밖에 없는 물가에 ‘복병’이 많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탈(脫)원전 등의 여파로 이미 전기·가스요금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비용 상승을 보전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문재인 케어’ 직격탄을 맞은 건강보험 재정을 보전하기 위한 건보료 인상이나 ‘퍼주기식 일자리 정책’의 결과로 악화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고용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이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큰 상승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가 급등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마지막으로 주재한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폭이 가격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며 “주요 원자재·곡물 품목에 대한 할당 관세 적용과 대체 사료인 겉보리 등의 할당량 확대, 비축유 723만 배럴 추가 방출, 호주산 유연탄 수입 비중 확대 등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장기 경제부총리 재임 기록을 세운 홍 부총리가 물가 폭등에 대한 책임이나 사과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없었다.

조해동·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