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아빠랑… 함께 웃는 어린이날 오겠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어린이날 축하하는 시청광장 어린이날 100주년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 어린이들을 위한 기념 문구가 새겨져 있다. 김호웅 기자

■ 소외된 아이들의 ‘작은 희망’

발달장애 앓는 딸 시은이 아빠
치료비 벌러 내일도 공사장에

간 경화 아버지 지키는 다윤이
“내년엔 건강 찾고 놀러갔으면”

희망 메시지·어린이 마라톤…
아동 후원단체들 잇단 캠페인

“시은이가 아빠 손 잡고 양떼 목장에 가는 게 어린이날 소원이라고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인 A 씨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딸 시은(가명·5·사진)이에게 어떤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묻자 올해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며 4일 한숨을 쉬었다. 유독 양(羊)을 좋아하는 시은이를 위해 이번 어린이날에는 꼭 목장에 가고 싶었지만, A 씨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딸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A 씨는 눈물을 머금고 어린이날 연휴에도 공사장을 찾아야 한다. 시은이는 초록의 풀냄새가 나는 양떼 목장 대신, 회색빛 도시 소음이 들리는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시은이가 여느 때처럼 서운한 내색을 보이지 않을 것을 알기에 A 씨의 발걸음은 더욱 무겁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 시은이 병원비를 마련해 장애를 앓고 있는 딸과 오롯이 대화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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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 ‘아주 특별한 날의 소원’인 소외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아이들 역시 인격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린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지 100년이 됐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한 줄기 꽃이 피길 기다리며 담담하게 어린이날을 맞이하고 있다.

중학생 다윤(가명·16)이는 5년째 간 경화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간호하며 어린이날을 보낼 계획이다. TV 뉴스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온 가족이 놀이공원이나 공원에 가는 장면이 나오겠지만, 다윤이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그의 오빠가 4000만 원에 이르는 아버지 간 이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우리도 놀러 가자”는 말이 입 밖으로 좀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다윤이는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다. 다윤이는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번 어린이날은 아빠 옆에서 병간호하겠지만, 내년 어린이날에는 건강해진 아빠와 함께 놀러 가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는 투병 전 어린이날마다 선물을 사주고,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을 잡으러 함께 나갔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버지 곁을 지킨다.

후원단체들은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소외된 아이들을 지원하고, 아동 권리 보장을 외치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시은이와 다윤이를 후원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해 국내 109만1543명, 해외 39만8166명 등 전 세계 148만9809명의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 재단 건물 앞 누리 공원에 아동 500명의 메시지가 담긴 말풍선을 조명으로 구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5∼7일 ‘국제어린이마라톤’ 행사를 진행한다. 월드비전은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아동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손수건 1400장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