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노사관계는 국가경쟁력 족쇄… 불법행동에 타협 말아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소월로2길 CJ 주식회사 집무실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한국경제 현실과 기업 경영 환경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손 회장은 “전 산업이 격변하고 융·복합이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는 기업 규제 때문에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성호 기자

■ 파워인터뷰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불법행위에 엄정한 법집행 없인
대화 · 타협 노동운동 위축 초래
노동관계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공급망재편 오너 결단 절실한데
경제계 인사 사면 불발 아쉬워

고용창출 위한 노동유연성 제고
유연근무제 효율적 운용도 절실

인터뷰 = 이민종 산업부장

손경식(82)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찾은 서울 중구 소월로2길 CJ 주식회사. 말끔하게 보수된 남산자락 성곽 사이, 눈부신 꽃망울이 더없이 푸근하고 안정적인 자태를 뽐냈다. 잠시 업무를 잊고 산책을 하면 좋겠다는 유혹이 일었다. 휴식도 잠시, 준비한 인터뷰 질문지를 들여다본 순간 아찔함이 몰려 왔다. 질문 전체에 한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가득했다. 경제 여건만큼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퍼펙트 스톰을 제기할 정도로 악화해 있다.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대란, 고물가, 고금리, 1862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 환율 등 복합적인 대내외 악재가 중첩돼 한꺼번에 밀려든 탓이다.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경고음이 요란한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시계(視界) 제로의 형국이다.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도 경영계를 대표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손 회장을 찾은 것은 이런 절박한 심정의 발로 때문이었다. 손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대담에서 최저임금, 근로시간 유연화, 청년 고용,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 노동개혁 방향에 대한 견해와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인터뷰에 앞서 손 회장에게 “대외 직함이 70개가 넘는다고 들었다”고 했더니 “한때 얘기고 지금은…”이라고 웃으며 살짝 손을 저었다. 오랜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나는 압축적이며 핵심을 관통하는 답변이 많았다. 왜 각계에서 많은 난제(難題)를 맡기려 했는지와 직함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현 상황을 중층적인 복합 위기상황이라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달 주요 경제단체들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경제계 인사 사면을 요청했는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적 여론이 형성됐는데도 불발에 그쳐 경제계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이번 사면 요청은 사회통합과 함께 우리 경제가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뤄진 것이다.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7대 전략 산업에도 반도체가 포함돼 있던데 그만큼 한국 경제에서 제일 중요한 산업이 반도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간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 다른 경쟁사들의 추격도 매섭다. 반도체는 투자규모도 크고, 매년 새로운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오너의 결단이 없으면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다른 경쟁사들이 천문학적인 투자로 기민한 행보를 보이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발목을 잡으면 삼성과 반도체 산업은 잊히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사면된 상태에서 빠른 결단을 내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전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 기업들이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술패권 경쟁 심화부터 원자재 값, 공급망 교란 등 전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영계도 당연히 우려가 클 텐데.

“작금의 경제 상황은 그 병세가 심각하고 위중(危重)한 처지다. 저성장,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업종에 따라 고용을 잃고 훼손당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곡물 수급 차질 등 원자재 값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 기업, 가계, 정부 등 경제주체가 협력과 사전 위험대비를 위한 노력과 경계를 무엇보다 게을리해서는 안 될 시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도록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중립 정책은 거버넌스 재정비, 중장기 예산 마련, 친원전 정책 전환이란 대안을 제시했다. 윤성호 기자

―신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잘해낼 것으로 보는지.(손 회장은 경제단체장으로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가동 직후인 지난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오찬을 했다. 이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과의 대담에서도 “윤 정부가 기업에 좋은 정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한 바 있다.)

“오찬 때도 그렇고 앞서 경총 차원에서도 정책 제언을 전달했는데 모든 사안에 대해 (윤 당선인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단체장들의 질문에 굉장히 성의있게 답변했다. 비서진이 다음 일정 때문에 이동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오히려 이 오찬 시간을 더 갖겠다고 하더라. 참석자들 모두 매우 큰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시다시피 당선인은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분이 정치하니, 기업 정책을 긍정적으로 잘 펼쳐 나갈 것이라는 더 특별한 신의와 믿음을 갖고 있다. 코리아소사이어티 대담에서도 ‘우리나라가 좋은 분을 대통령으로 맞이하게 됐다. 기업활동 하는 데 폭넓은 지원을 해주실 분’이라고 얘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검찰 출신인 윤 당선인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일관되게 주창하고 있는 데 대해 손 회장은 내심 더 높은 평가를 하는 듯한 느낌이 와 닿았다.)

―기업 규제 쇄신에 눈길이 쏠린다. 역대 정부를 보면 출범 때와 달리 임기가 흐르면서 의지가 약해지곤 했는데.

“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규제로 인해 얻는 가치와 그렇지 않은 게 존재한다. 그러나 규제받는 쪽에서는 ‘이거 없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고 느끼는 가치의 충돌이 벌어지곤 한다. 기업의 역동성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규제를 줄이는 건 당연하다. 국내 기업이 한 발이 묶인 상태로, 두 발로 뛰쳐나가는 외국 기업을 어떻게 당해 낼 수 있겠나. 기술혁신이나 산업 간 융·복합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규제는 노동, 안전, 환경, 건설·입지, 인허가, 공정거래정책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어 기업활동을 힘들게 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의원 입법안 심사제 및 규제관리 시스템 도입을 통해 민간전문기관이 규제영향분석을 시행해 과잉, 중복규제를 해소해야 한다. 또 규제총괄업무를 대통령 직속 범부처 조직, 예컨대 ‘규제개혁실’로 일원화해 부처별 중복·칸막이 규제를 없애고 신속, 유연하게 규제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인세, 상속세율 인하 등 근본적인 세제환경도 대폭 개선해 기업 친화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우리나라는 60%,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인데 경쟁국보다 높아 투자 의욕과 고용 창출 능력을 떨어뜨리고 경영 안정성도 위협하고 있다.”

―방역조치 완화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엔데믹 전환이 시작됐다. 경영환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년의 평가와 전망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환경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바이오, 친환경이 기업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필수요소로 떠올랐다. 기업들도 이에 맞춰 반도체, 백신, 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환경, 투명성 등 사회 가치를 고려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또한 점차 확산했다. 하지만 경제회복 속도 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 성장업종과 취약업종 간 차이가 크다는 점, 공급망 불안, 고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국내외 경제환경 악화로 신산업 육성과 기술혁신 관련 기업 투자에서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덩달아 경영환경도 한 치 앞을 못 보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대재해법 모호하고 처벌수위 너무 높아… 새 정부 ‘재개정’ 시급”

1년 이상 징역·50억 이하 벌금
외국인 CEO 韓 근무 꺼릴 정도
선진국처럼 예방에 초점 맞춰야

韓 법인세 최고세율 25% 달해
경쟁국보다 높아 투자의욕 저하
근본적 세제환경 대폭개선해야

文정부 5년간 최저임금 41%↑
기업·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


―신정부에 최우선으로 바라는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은.

“신정부도 강조했던 노동개혁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후진적인 노사관계는 국가경쟁력에 있어 족쇄이자 걸림돌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이다. 과거 정부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제도 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정부는 노사관계법과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선진화하고, 산업현장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1953년 제정된 노동법은 정규직 기득권에 대한 과(過)보호로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있다. 또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해 대립적 노사관계를 지속시키는 주된 요인이므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 노동관계의 모든 규제, 규정 모두 글로벌 수준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손 회장에게 이 대목에서 지난 2월 있었던 민주노총의 CJ그룹 물류 핵심 계열사인 CJ대한통운 본사를 대상으로 한 불법 점거 및 재물손괴 사태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그는 “불법에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잘못하면 다른 기업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손 회장은 “불법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합리적 노동운동을 위축시키고 강성 노동운동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신정부는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불법에 대해 엄정 대처한다는 의지와 실천력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20일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도 무리한 교섭요구나 파업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금지, 부당노동행위 개선 등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한 보완입법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노동개혁의 달성을 위한 요체와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노동법제 선진화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야만 일자리 문제를 풀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고용 경직성 완화,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성 확대, 임금 체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말해 주듯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져 있기에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또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영계는 이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포함해 규제 완화와 상법, 공정거래법 개선, 상속세 및 법인세 개편, 노조법 개정 등 노사관계 선진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임금개혁 등 우리 사회 핵심과제 30개를 추려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로 요약해 인수위에 전달한 바 있다.”

―경영계의 숙원인 근로시간 유연화는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돼 있던데.

“지금 근로시간 제도는 정보통신사업환경 등 급변하는 산업대전환의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탄력적 근로 시간제, 선택적 근로 시간제 같은 유연근무제가 있지만 활용 기간이 최대 각 6개월, 1개월 등으로 짧아 기업들이 쓰기 어렵다. 활용 기간을 1년으로 늘리면 인력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연구·개발(R&D)이나 고소득·전문직은 다양한 업무 수행방식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근로시간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역량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 연장근로도 1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주문이 밀리거나 업무가 폭주할 경우,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 연장 근로 제한을 연, 월 단위로 바꿔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6일로 시행 100일을 맞는다. 최근 다른 경제단체장을 만났더니 “‘많은 기업인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고 위기감을 토로한다”고 했다. 이중, 삼중의 조사 및 처벌도 문제라고 하던데.

“사고 발생 시 경영 책임자에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엔 50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데 처벌 수위가 매우 강력하다.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외국인 CEO들은 이 얘기를 듣곤 겁을 먹고 한국 근무를 꺼린다고 한다. 안전투자를 강화한 기업의 CEO도 처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돼 있다. 오너가 사업주인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영국, 싱가포르 등은 산업안전정책을 기업 자율관리 방식으로 바꾼 후 사고 사망자 발생률이 떨어졌다. 선진 각국은 이미 예방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사고가 났다고 무작정 경영자를 처벌하는 게 재해 감소를 위한 근본 해법인지 묻고 싶다. 신정부는 너무 가혹한 1년 이상 징역형은 삭제하고 법인에 경제적 벌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살펴야 한다. 영국의 경우, 기업 과실치사법을 두고 있는데 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영자 개인은 처벌하지 않고 법인에 대해 벌금형만 규정한다. 법률 규정이 모호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경영책임자 개념과 의무 내용, 원청의 책임 범위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신정부에서 빨리 보완입법, 재개정을 해주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가장 논란이 컸던 게 최저임금이다. 2023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됐다.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다. 주요 7개국(G7) 국가와 비교해 수준이 매우 높고, 인상 속도도 가장 빠르다. 최저임금을 감당해야 하는 중소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누적된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2023년 최저임금은 물론, 상당 기간 안정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제도 역시 기업의 지급능력이나 생산성이 업종별로 차이가 큰 현실을 고려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협상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리해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는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높이도록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의 유인책을 활용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탄소 중립 정책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고용 창출에 대한 ‘복안’이 궁금했다. 산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2030 탄소 중립정책에 대해 인수위는 “원전 활용을 극대화하고, 탄소 중립 핵심기술 R&D 계획을 고도화해 보다 가능한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며 ‘궤도 수정’을 예고했다. 손 회장은 “경영계는 그동안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거대 담론만 있을 뿐 연도별, 단계별 추진전략이 없어 명확지 않았다”며 “그래서 산업계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 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미비점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 발표는 다행스럽지만, 앞으로는 더 선명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분명히 못을 박은 후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신정부에 바라는 탄소 중립 정책 방향인 셈인데.

“그렇다. 탄소 중립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기업의 의견수렴을 위한 소통채널을 강화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거버넌스를 재정비해야 한다. 또 1년짜리 단발성 예산보다 중장기 예산안을 마련해 계획적으로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탄소 중립 예산으로 11조9000억 원, R&D 예산으로 1조9000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미국은 2030년까지 2089조 원, 유럽은 13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또 하나는 친(親)원전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세계 주요국은 탈(脫)원전을 주장했다가 탄소 배출이 없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원전 없이는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친원전 기조로 돌아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도 원전을 핵심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청년 고용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은.

“청년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자일 정도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도록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대학교육을 개혁해 인력수급 부조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산업계 수요와 구직자의 전문역량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2008년 141명에서 2019년 745명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55명으로 단 1명도 늘어나지 못했고, 지난해가 되어서야 70명으로 확대했다. 대기업은 과도한 임금인상보다 임금안정을 통해 청년 채용을 늘리고, 중소기업으로도 청년들이 가게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

손 회장은 인터뷰 말미, 경제주체들이 부정보다는 긍정, 과거보다는 미래에 더 중점을 두고 한 발 더 나아가 성숙한 모습을 보이길 희망했다. “10∼20년 후에는 바이오, 자동차, 반도체 등이 중심이 돼 한국의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며 “이런 흐름을 주도할 힘은 역시 유능한 젊은 인재”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