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연주 들으며 샤갈 작품 감상… ‘음악과 미술로의 여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데이비드 웹스터 경의 초상’. 웹스터는 1945∼1970년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관장을 지냈다.

■ 17일 롯데콘서트홀 ‘아무르 무지크’… 양정무 교수 해설 맡아

‘조이오브스트링스’ 현장 연주
5大 오페라극장 미술품 소개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설명땐
초연한 ‘호두까기인형’ 들려줘

데이비드 웹스터 초상화 등
다채로운 ‘미술 이야기’ 준비

“세계 5대 오페라극장이 있는 도시로 음악과 미술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제가 미술사학자로서 대중 강연을 많이 했지만,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무척 설렙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3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그는 “클래식 음악과 미술이 결합한 작품 사례가 드물어서 프로그램을 짜는 데 고생했다”면서도 “음악에 실어서 미술을 전달하는 일이니 보람이 크다”고 했다.

그는 오는 17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아무르 무지크’ 해설자로 나선다. 롯데문화재단의 엘 콘서트 시리즈의 하나인 ‘아무르 무지크’는 올해 5월과 12월 두 차례 선보인다. 이번 타이틀은 ‘음악과 미술 - 세계 오페라 극장의 예술여행’.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라 스칼라, 러시아 볼쇼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하우스, 프랑스 오페라 가르니에 등이 그 여행지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성주 한예종 교수가 예술감독으로서 이끌고 있는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가 연주를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전경.

“조이오브스트링스와 함께 현(絃)을 기반으로 음악을 주로 선정했어요. 당연히 극장의 공간과 밀접한 사연이 있는 작품들지요. 예를 들어,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을 소개하며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을 듣는데, 거기서 초연을 한 발레곡이거든요.”

공연 1부는 런던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가 연다. 런던대 미술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양 교수가 직접 가서 본 건물에 얽힌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19세기에 열린 런던 엑스포 때의 유리 건물을 이용해 지었거든요. 꾸준히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현관에는 연극 역사와 관련 인물을 표현한 부조 작품이 있어요.”

이 극장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웹스터의 초상화를 팝아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의뢰해 제작한 사연도 전한다. 극장 측은 코로나19로 재정난을 겪자 초상화를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은 피에트로 마스카니,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의 본향이다. 지난 2002년 재단장할 때 건축가 마리오 보타에게 설계를 맡겼는데, 그는 삼성미술관 리움, 강남 교보문고 건축에 참여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공연 2부에 등장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하우스는 건물 전면 양측에 마르크 샤갈의 그림 ‘음악의 승리’와 ‘음악의 기원’을 걸었다.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도 샤갈의 그림 ‘꿈의 꽃다발’로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파리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가르니에는 ‘오페라의 유령’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어쩌다 보니 이번 프로그램이 샤갈 쇼처럼 됐어요. 하하. 뉴욕과 파리의 극장이 모두 샤갈을 택한 것은, 그의 노마드 이력이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프랑스에서 활약하고 미국에서도 전시를 했으니까요. 작품이 화려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얼핏 권위적으로 느껴지는 오페라 공연장의 부담감을 상쇄시키는 효과도 있지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정무 교수가 롯데콘서트홀 ‘아무르 무지크’에서 소개할 작품의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양 교수는 국내 최대의 음악전문 민간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에서 음악과 미술을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을 펼치는 것에 크게 의미를 뒀다. “지난주에 롯데콘서트홀을 둘러봤는데, 굉장히 크면서도 아름답더군요. 대형 스크린(13×7m, 500인치)으로 공간을 보여주고 미술 작품 이야기를 펼치며 쉽고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인데,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는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한편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술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오는 8일 오후 10시 30분에 첫 방송을 하는 KBS ‘예썰의 전당’에도 고정 패널로 참여한다. “명작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인데요. 학자로서 우리 시대의 대중과 호흡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고대부터 21세기까지 미술사를 다루는 책 ‘난처한 미술이야기’를 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권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달 중으로 7권이 나온다. “르네상스 시기를 3권으로 완성하며 목표의 칠분 능선을 넘었습니다. 속이 시원합니다.”

그는 또 껄껄 웃었으나, 한국 미술시장의 호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진지한 표정이 됐다. 한국미술경영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학자답게 “시장 활성화는 좋지만, 재테크 측면이 크게 부각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술계 전문 인력들이 직업적 소명감을 갖고 풍성한 아트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