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화장실에도 무료 생리대 자판기 설치 공식 시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 학교 내 남자 화장실에 삽입형 생리대 ‘탐폰’ 자판기가 설치된 모습을 담은 영상이 글로벌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캡쳐

美 오리건주 ‘월경 존엄법’ 통과 후속 조치

男 화장실서 작동하는 ‘탐폰 자판기’ 영상 화제

미국 오리건주(州) 내 학교 남자화장실에 생리대 자판기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생리대 자판기는 여성 건강권 보장을 위해 보통 여자 화장실에 설치되지만, 지난해 ‘월경 존엄법’이 통과된 오리건주에서는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생리용품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여성들을 위한 설비가 남자 화장실에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8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건주에서 월경 존엄법이 통과된 가운데 이달 글로벌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 올라온 짧은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영상은 삽입형 여성 생리대 ‘탐폰’ 자판기가 남자 화장실 내부에서 작동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월경 존엄법은 학생들이 생리용품 부족으로 존엄성을 잃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교육기관은 돈을 지불할 필요 없는 적어도 하나의 생리용품 자판기를 학교 내 모든 화장실에 설치해야 하며, 적어도 2개의 언어로 ‘무료’라고 선명하게 표시해야 한다. 오리건주는 이런 법이 통과된 미국 내 첫 번째 주로, 내년 6월까지 초·중·고교 내 모든 화장실에 생리용품 제공 장치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실제로 케이트 브라운(Kate Brown) 오리건 주지사가 지난해 월경 존엄법에 서명한 후, 지역 내 학교 남자 화장실에 생리용품 자동판매기가 설치된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콜트 질(Colt Gill) 오리건주 교육부 국장은 지난 4월 지역 공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만약 지역에서 새 법을 준수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학생들은 교육부에 문의해주면 된다”며 “우리는 학교와 지역 사회가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리건주에서 가장 큰 학군을 구성하고 있는 포틀랜드 공립학교들은 새 법에 대해 언급하면서 “2022~2023학년도가 시작할 때까지 학교 내 모든 화장실에서 생리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메일은 포틀랜드 공립학교와 오리건주 교육부에 그동안의 상황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