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내내 본질의도 못해… 민주 ‘보이콧 수준’ 의사진행발언

■ 한동훈 인사청문회 공방전

민주, 일찌감치 ‘부적격 딱지’
딸 ‘허위스펙’ 의혹 파상공세
“자료제출 부실해 검증 불가능”
국힘 “과도한 신상털기” 비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낙마 1순위’로 지목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허위 스펙’ 의혹을 전면에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은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보이콧’ 수준의 의사 진행 발언을 이어가며 핵심 자료제출 누락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질의 자체가 진행되지 못해 한 후보자는 출석 이후 모두발언을 한 것 외에는 1시간이 넘도록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도 인사청문회법을 들어 민주당 일부 위원이 청문회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면서,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여야 간 팽팽한 신경전으로 오전 내내 파행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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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의 딸이 대학 입시 등을 위해 이른바 ‘부모찬스’를 이용, 각종 스펙을 쌓았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 “검증이 불가할 정도로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며 연달아 의사 진행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표현한 건 국회와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사과를 안 하면 굳이 이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 없다”며 사실상 ‘보이콧’을 시사했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는 사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했는데 이미 의혹들에 거짓 해명을 한 게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사과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제대로 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 모친의 탈세 및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한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을 열거하며 관련 자료 일체에 대한 즉각 제출을 촉구하는 호통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정기국회, 국정감사도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만 모면하면 된다는 태도로 임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판사 출신인 같은 당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도 “본인은 감추고 안 내주면서 어떻게 수사받는 사람들에게는 자료를 내놔라, 안 내놓으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하느냐”며 “이것은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과도한 신상털기이자 새 정부 발목잡기”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 최강욱 의원을 겨냥, ‘자격 문제’를 거론하며 청문위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 간 신경질적인 날 선 공방도 이어졌다. “후보자에게 요구한 자료는 대부분은 제출이 불가하며 황당한 자료 요구도 상당수”라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의 지적에 “그게 왜 황당한가” “후보자를 대변하는 것이냐” 등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 강행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 ‘위장 야당’ 의원이 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똑같이 수사 지휘를 맡을 후보자의 자녀 입시 부정이 발생했다”며 “본인과 가족의 의혹이 나오면 즉시 흔적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고소·고발로 억압하고 있다”며 “청문회장에 설 게 아니라 수사기관 조사실에 가야 할 분”이라면서 한 후보자를 압박했다. 여야 간 파행이 거듭되면서 청문회는 이날 오전 11시 38분부터 12분간 정회됐다.

김성훈·조재연·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