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을 에어비앤비로…‘꼼수 돈벌이’

거주않고 불법 숙박업소 이용
인력 부족해 작년 적발 1건뿐
“관리·감독 전담 직원 늘려야”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한 뒤 숙소 예약 사이트를 통해 숙박 영업을 한 사례가 최근 적발됐다. 세금이 투입된 청년주택 입주 자격을 얻고서 실거주 대신 돈벌이에 나서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청년, 신혼부부의 주거안정 및 주거난 해소를 위해 마련한, 시세 대비 저렴한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주택을 말한다.

10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등촌동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한 A 씨는 자신의 거주지를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에 올렸다. 다른 청년주택 입주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지난 3월 28일 SH에 주택이 불법 숙박업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신고했다. SH의 실태조사가 시작되자 A 씨는 숙박 장사 여부를 부인했으나, 계속된 조사에 지난 4월 11일 결국 자진 퇴거했다. SH 관계자는 “3층에서 의심가구 신고가 들어와 4층까지 전부 조사했으나 증거가 부족해 호수 특정이 어려웠다”며 “조사 중에 해당 가구가 자진 퇴거해, 추가로 별도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년주택뿐 아니라, 관광지 인근의 공공주택도 불법 숙박에 빈번히 이용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6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임대주택이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것을 확인해 적발했다. LH는 해당 가구를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서귀포시에 고발 조치했고 즉시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및 입주를 원하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행복주택으로 숙박 장사하는 사람 많다더라” 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불법 숙박 영업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LH와 SH를 통틀어 불법 숙박을 적발한 건수는 1건에 불과했다. LH는 본부 직원 2명이 불법 숙박 등 불법 전대(재임대) 업무를 담당한다. 전국 50개 지역본부에도 불법 전대 행위 조사 업무는 전담 인력 없이 지역별 평균 1∼3명이 겸직하는 구조다. SH는 본부 직원 1명이 불법 전대 업무를 담당하고, 지역센터별로 1명이 총괄한다.

전문가들은 가구 공급 후 실거주 확인 등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공급실적이 중요하다 보니 기존 공급된 주택 관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며 “관리 인력을 확충하고 조직 내부에서도 불법 행위 적발 관련 유인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