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로 물자이동 원천차단…‘7차 核실험’ 변수되나

■ ‘北 오미크론’ 공개… 의도·파장

기존‘제로 코로나’서 입장변화
北전문매체 “평양서 이동 통제”

尹정부, 인도적 지원의사 밝혀
‘국제사회 대화물꼬 틀까’ 주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개최된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 참석해 발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 폐쇄와 국내 이동 봉쇄, 사업체별 격리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북한이 준비 중인 핵·미사일 도발 일정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이 지난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제로 코로나’를 주장해 오다 돌연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의도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강대강 대치 국면인 남북, 미·북 간에 인도적 지원을 놓고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국경 봉쇄를 지시한 만큼 통제를 강화하고, 내부 결속을 위해 7차 핵실험 등 도발을 일정대로 감행하는 상황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이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를 열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전국의 모든 시, 군들에서 자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생활단위별로 격폐한 상태에서 사업과 생산활동을 조직하여 악성 바이러스의 전파 공간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전선과 국경, 해상, 공중에서 경계근무를 더욱 강화하며 국방에서 안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부 이동 통제는 물론이고 북한 외부로 통하는 국경을 모두 닫는 초강력 봉쇄령을 내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최대 비상 방역체계의 기본 목적은 우리 경내에 침습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상황을 안정적으로 억제, 관리하며 감염자들을 빨리 치유시켜 전파 근원을 최단기간 내에 없애자는 데 있다”고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1일 오후까지 평양에서 이동 통제가 실시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운행하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단둥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된 바 있다. 지난 1월 16일 이 열차 운행이 재개된 이후 103일 만이다.

사실상 기약 없이 북한 국내외 물자 이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면서 이달 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돼 온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일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020년 1월 모든 국경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한 이후 중국 등 외부로부터의 물자 지원에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 ‘0명’을 지속 주장해 온 북한이 이번에 공개적으로 확진자 발생 사실을 밝힌 것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의도란 해석도 나온다. 이를 계기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혀 온 윤석열 정부와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 대화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