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바이든 삼성전자 방문과 미국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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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사흘 일정으로 20일 방한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제고할 수 있는 모델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거론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의례적인 행사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경제 협력만으로는 안보도 경제도 지킬 수 없다는 현실을 일깨워줬다. 복잡해진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평화를 위한 전선을 형성하기도 어려워졌다. 안보와 경제의 통합적 시각이 긴요한 이유다.

인·태 지역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됐다. 미래 산업의 공급망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역내 안보 갈등은 악화하고 있다. 미국은 안보 갈등을 해결하고 역내 국가들과 공동의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삼성전자 방문으로 시작된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새 공급망 구축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업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반도체를 전략 품목으로 지정해 반도체 산업의 전 과정에 영향력을 강화하고 자국에 강건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짰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170억 달러 규모 투자를 확정했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 LG, SK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미국도 한국의 발전을 위해 상응한 역할을 약속함으로써 IPEF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가치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한국의 번영을 이끄는 중요한 자리다. 회담 성공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역할이 기대된다.

인·태 지역 내 모든 국가가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상호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통합적 시각에서 동맹에 대한 어떠한 압박에도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IPEF가 무역을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솔선수범해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차별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 미 하원에서 마련하는 지원 법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을 차별해선 안 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차별 없는 미국의 지원이 약속돼야 한다.

IPEF가 추진하는 기술 표준화 및 공정한 조세와 반부패 정책들이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 노동 규제 및 공공 발주 규제를 호혜적 방향에서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유무역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동맹국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래 지향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긴요하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의 투자만 고집할 게 아니라 동맹국 내 투자도 지원해야 한다.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생산 등 전 분야에서 종합적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가치동맹이 강화된다.

이번 회담은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안보적 경제 협력의 틀을 만드는 중요한 자리다. IPEF가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한다면 특정 국가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 윤 정부가 가치동맹을 통해 호혜적 발전과 평화를 추구하는 데 미국과 함께 선도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