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박수근… 거장 8人의 그림 속에 숨겨진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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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 사람 | 김동화 지음 | 아트북스

정신과 의사이면서 20년 넘게 미술 컬렉터·미술평론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그림과 화가를 보는 시선은 일관된다. 제목처럼 ‘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 서문의 한 단락을 옮기면 이렇다. “그림은 그저 한낱 무명(無名)의 사물일 뿐이지만, 그것을 그린 사람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유정(有情)한 사물이기도 하다. 그려진 대상-작품은 물질로 구현된 환영의 궤적일 뿐이지만 그리는 주체-화가는 보이지 않으나 생생하게 살아 현전하는 정신 그 자체다. 그림 속에는 그것을 그린 바로 ‘그 사람’이 커튼처럼 길게 드리워져 있다.”(4쪽)

‘그림’은 단순히 물질적으로 구현된 세계가 아니라 ‘그 사람’, 즉 화가 그 자체라고 한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그림은 사람의 드러남이고, 사람은 그림의 비롯됨”이다. 따라서 그림을 이해하려면 그림을 그린 그 사람을 확인해 나가는 여정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책은 이 같은 ‘그림은 곧 화가’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이중섭(1919∼1956), 박수근(1914∼1965), 진환(1913∼1951), 양달석(1908∼1984), 김영덕(1931∼2020), 황용엽(1931∼), 신학철(1943∼), 서용선(1951∼)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화가 8명의 작품 세계를 정리해나간다. 1부 ‘시대의 봄을 꿈꾸다’에선 앞선 화가 4명, 2부 ‘시대의 상처를 그리다’에선 그 뒤 화가 4명을 살핀다. 이중섭, 박수근, 진환, 양달석 등 앞선 4명의 화가는 막막한 일제 식민지배하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며 소와 같은 우리 민족의 동물, 주변 인물, 마을 풍경 등 일상을 소재로 차원 높은 형식미학에 도달한 이들이다. 2부에서 다룬 김영덕, 황용엽, 신학철, 서용선은 해방과 남북 분단, 6·25전쟁의 참화 등을 체험하며 관념성을 딛고 치열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작품세계를 구축한 이들이다. 이처럼 시대로 구분했지만 8명을 보는 저자의 시선은 하나다. 영아기와 유년기의 체험들, 부모와의 관계, 가족사, 개인적 역경과 트라우마, 이들의 예술 세계 등을 살피면서 화가들의 정신역동, 즉 인간 행동의 밑바닥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적인 힘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림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452쪽, 2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