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의 지방선거 성적표는…오세훈·김동연 최대 수혜

與오세훈 ‘날개’ · 野김동연도 급부상
안철수는 당내 입지 확보 주력…이재명은 리더십 시험대에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여야 잠룡들이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며 희비가 엇갈렸다. 정치권에서는 최대 수혜자는 ‘4선 서울시장’ 도전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막판 역전승을 거둔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로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된 주자들은 차기 대선 직전인 2026년으로 임기를 마치는 만큼 성공적인 행정 경험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오 시장과 김 당선인은 한국갤럽이 지난 2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6월 1주 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에서도 ‘가장 시정 또는 도정이 기대되는 사람’으로 각각 20%의 지지를 얻으며 공동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서울에서 48%로 가장 높았고, 김 당선인은 경기·인천에서 35%를 받았다.

여권에서는 오 시장이 대권으로 직행하는 가도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낙승이 예상됐던 만큼, 25개 구청장과 시·구의원 선거에 특히 힘썼다. 이에 4년 전 25개 구청장 중 1개를 얻는 데 그쳤던 국민의힘은 이번에 무려 17개 구청장직을 차지했고, 서울시의원 총 112석 중 국민의힘이 68%인 76석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 시장의 시정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 시장은 4년 임기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면서도 안정적인 시정을 마무리하는 데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동안 ‘서울시장 5선 도전’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대권으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오 시장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면서도 한편으론 윤석열 대통령과 은근한 견제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오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이던 지난 17일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저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거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에 ‘속도 조절’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원내 진입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은 일단 차기 당권 도전을 목표로 당내 기반 넓히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단수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 출마하며 비교적 쉽게 당선이 되었으나, 아직 당내에 이렇다 할 지지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단 ‘하방’을 택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당분간 대구 시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뉴시스

야권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다. 김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라는 평가를 받았던 경기지사 선거에서 밤샘 접전 끝에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0.15%포인트 차로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뒀다. 김 당선인이 경기지사 선거에 승리하면서 민주당은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게 됐고,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무게감도 다소 덜게 됐다.

김 당선인의 대권 가도는 향후 도정 성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각각 78석으로 의석을 절반씩 차지해 김 당선인의 도정 운영에 난항이 예상되는 점은 우려할만한 요소다. 김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는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독자 출마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 의원과 단일화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향후 대권 도전 과정에서 이 의원과 점차 결을 달리하면서 당내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세력 사이에서 존재감 부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은 대권 주자로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방탄 출마’라는 국민의힘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기반인 경기 지역을 떠나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상대적으로 약체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약 10.49%포인트 차로 이겼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하겠다고 했지만, “이재명만 살고 당은 죽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선거 참패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추후 당권 도전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원과 국민의 재신임을 받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에서 정면돌파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