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을까봐 친구 피 바르고 죽은척 했어요”… 11세 소녀 떨며 증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유밸디 총기난사’ 생존자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생존자인 11세 소녀 미아 세릴로가 8일 하원 청문회에서 화상으로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美 하원 총기난사 청문회

롭초교 생존자 세릴로 충격 증언
“총이 아이들 목숨보다 중요한가”
희생자 유족들도 나와 눈물 호소
대용량 탄창 판매 규제 등 촉구

의회, 관련 법안‘찬반’표결 시작
공화당 반대로 부결 전망 지배적

“총격범이 선생님에게 ‘잘 자’라고 말하고 머리에 총을 쏜 뒤 친구들도 죽였어요. 전 그 사람이 돌아올까 봐 죽은 친구 피를 온몸에 바르고 누워 있었어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생존자인 11세 소녀 미아 세릴로가 8일 미국 하원에서 몸을 떨며 한 증언이다. 미 의회는 이날 민주당의 제안으로 관련 법안 찬반 표결을 시작했지만, 공화당 반대로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이날 미아는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의 총기 폭력 청문회에서 지난 5월 24일 19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가 살해된 사건에 대해 화상 증언을 했다. 미아는 “죽은 선생님 전화로 911에 ‘경찰을 교실로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경찰은 그날 한 시간 이상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복도에서 대기했다”고 덧붙이며 경찰의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텍사스주 유밸디·뉴욕주 버펄로 총격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총이 아이들 목숨보다 중요하냐”며 눈물로 총기 규제를 호소했다.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난사 사건 때 10세 딸 렉시를 잃은 킴벌리 루비오는 이날 증언에서 “그날 딸이 훌륭한 시민상을 받아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해야 한다”고 의회에 행동을 촉구했다. 버펄로 사건에서 총상을 입은 20세 아들을 둔 제네터 에버하트 역시 “아들 목 오른쪽에 구멍이 하나 났고, 등에는 두 개가 생겼다”면서 “당신 자식이 똑같은 일을 겪는다고 생각해보라”며 의원들에게 총기 규제를 호소했다.

미국 의회도 이날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민주당 주도하에 총기 규제 관련 찬반표결을 시작했다. 하원을 통과한 총기규제 법안 2건이 상원에 계류 중이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거센 반대로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미국 상원(의원 수 100명)에서는 민주당 의원 50명 외에 공화당 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캐럴린 멀로니 위원장은 하원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총기 폭력은 아동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며 “2009년부터 2018년까지 288건의 총기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했는데 같은 기간 주요 7개국(G7)에서는 모두 합쳐 5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며 미국 총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반면 폴 고사, 토머스 매시 등 ‘수정헌법 2조 코커스’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의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총기 규제 논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